강화 마니산 국립공원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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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성화로 시작해서 성화로 끝나는 올림픽은 채화지를 결코 옮기는 법이 없다. 성화가 깊은 뜻을 갖는 것도 바로 채화지가 유서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담긴 채화지가 86아시안게임 때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서려있는 경기도 강화군 마니산이어야 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30여년간 성화채화지로서의 전통을 지닌 마니산 대신 당시 경주 화랑교육원 앞뜰로 채화지가 옮겨진 일을 두고 뜻있는 국내인사들과 강화군민들은 퍽 유감으로 여긴바 있다.
더구나 당시 언론매체들은 우리 나라 역사는 신라까지가 전부인 양 신라의 도읍인 경주만을 찬양일색으로 한 나머지 전통을 무시한 채화지 변경에 대해서는 지적없이 지나쳐 큰 아쉬움을 남겼다.
앞으로 성화채화지는 강화도 마니산 이외로 옮겨져서는 안 된다. 차제에 마니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국립공원으로 손색없는 경관과 특히 역사의식이 깊게 새겨진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첫째, 마니산은 한민족의 뿌리가 되는 명산중의 명산이다.
둘째, 이미 고려 때 마니·진강·정족산을 국립목장으로 지정하여 젊은이들로 하여금 이곳에서 무예를 닦게 하고 민족정기를 키워나가게 할만큼 성산으로 여겨진 바가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 58년 제36회 전국체전 때부터 시작된 성화를 최초로 채화한 곳으로 지금까지 30여년간 채화지로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넷째, 마니산은 우리가 더욱 성스럽게 보전하고 관리해야하는 만큼 이를 위해선 도립공원 정도의 취급은 소홀하며 마땅히 국립공원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다섯째, 강화도는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많은 유적이 있다. 마니·정족·진강·덕정·혈구·고려·해명·별립산 등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숱한 유적지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다. 부서진 기와 한쪽에도 민족전체의 숨결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화도는 관광적 측면과 교육적 측면에서 충분히 국립공원으로 지정받을 여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강화도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경우 비단 강화군민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강화도를 더욱 가깝게 찾게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역사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면서 새삼 민족애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한상운 <마니산 국립공원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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