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무역업계 "환율 눈치작전"|수출 늦추고 수입 앞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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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능한 한 수출은 늦추어라, 그리고 수입은 앞당겨라.』
원화평가절하설(환율인상설)이 나돌자 최근 무역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원화가 절하될 경우 수출을 늦추고 수입을 앞당기면 그만큼 환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상공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 현재 수출실적(통관기준)은 13억2천8백50만달러로 작년동기보다 11·3%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에 수입은 22·9%가 증가한 18억4천7백30만달러를 기록,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억 1천8백80만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1% 금리인하조치 이후 상공부와 업계의 원화절하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이달 들어 6일까지 통관기준 수출실적은 작년동기보다 무려 21·8∼26·2%나 감소하는 심한 부진현상도 보였다.
반면 원화가 절하되기 전에 빨리 수입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 지난 1일의 경우 총수입은 전년동기보다 41·1%나 늘어나는 등 매일 10%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상공부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작년의 경우 연말에 수출이 집중됐으나 올해는 경쟁력약화로 수출이 잘 안되는 데다 원화절하설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업계가 수출을 최대한 늦추려함으로써 수출부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업계는 『원화가 완만하게 절하되는 데다 한꺼번에 몇% 절하한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으므로 자금사정이 허락하는 한 수출지연작전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며 원화절하 여부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표명을 주장하고 있다.

<1불 7백30원은 돼야 무협서 환율조정 요구>
우리기업의 수출채산성을 확보하기 의해서는 현재 대미달러화에 대해 9%정도 고평가되어 있는 원화 환율을 7백30원 수준으로 평가절하해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2일 무역협회는 「90년 무역종합시책 건의」를 통해 이같이 건의하고 ▲산업평화정착 및 임금안정 ▲총력통상외교정책의 수립 ▲무역구조의 고도화 등 제반여건이 완비되어야만 무역구조가 안정되고 이를 통해 수출채산성을 최대한 이용, 악화된 무역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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