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절하·금리인하는 방법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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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의 잇따른 경제대책회의를 계기로 환율과 금리 등 거시정책 변수의 운용방향에 대한 논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환율과 금리정책은 약효가 큰 만큼 부작용 또한 많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변수가 아닌 관계로 9일의 경제장관회의와 11일의 국무회의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14일의 정례국무회의로 일단 미뤄놓았지만 명쾌한 결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많은 논쟁이 오가고 있는 속에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첫째로 최근의 환율·금리 논쟁은 사실 내리느냐 못 내리느냐, 올리느냐 안 올리느냐의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내리고 올리느냐에 불과한 문제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둘째로 환율·금리논쟁의 근저에는 불황의 원인진단에 대한 시각차가 깔려있고, 그 시각차는 개각을 앞두고 갈수록 부처간의 「책임규명」적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
사실 환율은 이미 절하가 시작됐다.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지난 4월 22일의 6백65.9원을 고비로 절하추세를 타기 시작, 12일 현재 6백73.8원 수준에 와있다. 약 8개월 사이에 1.2%가 절하된 셈이다.
벌써 미국에서는 이같은 원화 절하를 중시, 내년 초에 환율협상단을 서울에 보내겠다고 하고 있는 판이다.
그럼에도 무협이나 일부 부처에서 5% 또는10%의 절하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일시에 그만큼의 절하를 단행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얘기다.
절하추세가 멈출 때까지 수출이 지연되고 수입이 앞당겨지는 현상과,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방치해두느니 미국과 담판을 해서라도 일시에 절하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은 환율보다 더 큰 불황의 원인에 대처해야하며 환율의 일시절하로는 곤란하기 짝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환율절하로 「싸구려 경제」를 꾸려서 쉽게 가자는 것은 우리 경제의 절박한 과제인 구조조정 등을 생각할 때 오히려 대국을 그르치는 일이며, 더구나 일시절하는 미국·EC와의 한판 쌈박질이나 인플레 등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또 만일 달러화가 약세로 돌고, 엔화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원화 환율은 또다시 급커브의 조정을 피할 수가 없기도 하다.
그리고 그같은 논쟁이전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율에 손을 댈 때 대더라도 누구든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금리>
금리도 마찬가지로 인하의 방법이 문제다.
금리가 내려가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11·14 금리인하 조치가 확실히 보여줬듯 명목적이고 물리적인 금리인하는 실세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지기보다 자금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이 더 크며, 그나마 알량한 수준의 은행예금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명목금리의 인하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니 금리의 하향추세를 유도해 나간다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있을 수 없으며, 이는 결국 통화를 얼마나 풀어대느냐의 문제에 직면하며, 여기서 인플레의 위협에 발목이 잡히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결국 환율이든 금리든 지금 당장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얼마만큼 끌고 가느냐의 문제라 할 수 있고, 이는 근본적으로 불황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경기동향에 달린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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