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받은 고르바초프|사임위협 입지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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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스크바AP·로이터=연합】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주말의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보수파로부터 그의 개혁정책에 대한 정면도전에 부닥쳤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사임도 불사할 만큼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반면 보수파들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결과 당내 고위 간부들은 고르바초프의 권위가 오히려 강화 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극적인 사태는 9일 당 중앙위의 비공개 회의에서 10시간동안 계속 되었으며 이 회의에서 당 중앙 위원들은 지나친 글라스 노스트(개방)정책으로 고르바초프가 서방측에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 등 모든 일에 이의를 제기했다.
레닌그라드의 기다 스포프 등 당 지도자들은 정치국이 일련의 사태에 완만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발트해 연안 3개 공화국의 독립 지지운동과 일부지역의 인종 충돌 및 분리 운동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에스토니아 공화국 총리인 개혁파의 투메에 따르면 보수파들은 외국에서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찬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소련 방식에 잘못이 있는게 틀림없다고 주장했다는 것.
한 보수파 중앙위원은 크렘린 고위층에서 설전이 있었으나 수구파는 고르바초프가 전개해온 소련사회 개혁운동의 대안을 내놓지 못했으며 페레스트로이카에 반대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 중앙위원이 전하는 중앙위 토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때 시베리아 케메르푸 지구당 위원장 옐니코프는 흥분하여 자본주의자들 에게 머리 숙여 굽신거리고 교황의 은총을 구걸하러 가는 것이 적절한 일 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자극 받은 고르바초프는 화가 난 표정으로 델니코프의 말을 제지하면서『잠깐 기다려요. 우리 정치국원들은 우리의 정책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중앙위에서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그러면 우리는 사퇴여부를 결정하겠소』라고 응수했다.
고르바초프는 자신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 참석했던 당 기관지 프라우다의 편집인 프롤로프는 고르바초프가 진심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아니며 그는 자신의 정책을 강력히 옹호했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가 사의를 표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과거 3년 동안에 적어도 두 번이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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