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의 개인이기를 거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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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로 잘 알려져 있는 권인숙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담은 장편수기 『하나의 벽을 넘어서 』(거름출판사)를 펴냈다.
3백여페이지 가량의 단행본으로 발간된 이 수기에서 권씨는 86년 6월 4일의 갑작스런 연행과 성고문을 포함한 경찰서에서의 악몽과 같았던 조사과정, 학생시절에 대한 회상, 성고문 폭로를 결심, 문귀동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시킨 후 87년 7월 가석방되기까지의 교도소 수감생활과 재판과정, 출소 후 사회적 실천의 장에 몸담으면서 마침내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담담한 어조로 털어놓고 있다.
『나는 한 개인이기를 거부했다. 개인이라는 단위에 침몰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왜소해지고 다만 성고문을 당한 피해자로 남을 뿐이었기 때문』이라는 권씨의 머리말이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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