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남자' 추신수를 키운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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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할아버지와의 만남

추신수는 겨울마다 요코하마로 2주간 떠나던 1990년대 후반을 떠올릴 때마다 “야구의 큰 꿈을 꿀 수 있었다”고 얘기하는데 여기서 자신의 역할 모델을 만난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헤이안 시대가 낳은 괴동이자 현재 일본 프로야구 대표 투수 중 하나다. 마쓰자카는 고교 시절부터 놀랍게도 외국인 트레이너의 관리 하에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마쓰자카의 손을 붙잡고 전철로 50분 가량 이동해 최신식 도쿄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서 마쓰자카가 훈련하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따라했다. 이때 마쓰자카를 관리하던 트레이너는 추신수의 근육을 체크해 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똑같은 시간과 똑같은 강도로 해도 근육이 크게 붙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마쓰자카-추신수의 인연은 흥미롭다. 3학년 마쓰자카는 바다 건너서 야구를 배우러 온 부산고 1년생에게 ‘시혜’한다는 심정으로 함께 훈련했을 것이다. 고시엔대회 전국제패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며 꿈을 키워 온 추신수가 지금은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 그를 기다린다.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한 마쓰자카는 예상 몸값이 역대 일본인 선수 중 최고액일 것이라고 벌써부터 이야기가 나온다. 내년이면 메이저리그 2년차인 좌타자 추신수와 우완 마쓰자카의 투-타 대결은 벌써부터 기대된다.

소프트웨어는 이른바 ‘요코하마 할아버지’에게서 배웠다. 와타나베 모토노리. 요코하마 고교 감독. ‘파이터’ 추신수의 탄생을 살펴보려면 이 사람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고-요코하마 고교의 자매결연 덕에 고교 시절 추신수는 매년 겨울 요코하마로 이른바 ‘야구 연수’를 떠날 수 있었다. 이때 만난 사람이 와타나베 감독이다.

와타나베 감독은 부산고가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든든하게 후원하며 물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와타나베 감독은 조성옥 부산고 감독을 비롯. 부산고 선수단에 특히 “엘리트 야구는 소용없다. 모두가 잘해야 한 팀이 된다”는 것을 크게 강조했는데 이 덕분에 추신수가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부산고 출신의 모 야구인은 “조성옥 감독은 와타나베 감독의 훈련과 지도 스타일에 크게 감화받았다.

잘하는 애들도 본헤드 플레이를 한다 싶으면 가만 놔두지 않았다. 추신수처럼 야구 잘하는 애가 감독 겁나서 그렇게 많이 운 것도 드문 사례다”라고 말한다. 커다란 두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추신수를 상상해 보라. 마이너 6년의 세월에서 별다른 좌절없이 터널을 뚫고 나선 것도 어린 시절의 멘털 훈련 덕분 아니었을까. 요코하마 고교는 올 춘계대회(센바쓰)에서도 우승했다.

일간스포츠 김성원 기자 [rough1975@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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