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가 걸핏하면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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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식시세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때마다 일부 투자자들이 부양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가하면 심지어 증권사 객장에 몰려가 업무를 방해하는 등 과격행위마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당국의 일관성 없는 증시대책에도 문제가 있지만 「투자는 자기 책임아래 해야 한다」는 주식투자 철칙과도 어긋나는 것 이어서 자칫 건전 증시 육성에 해를 끼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증시가 연8일째 하락하자 임의단체인 한국증권투자자협회 회원들은 명동·을지로·여의도 등지 증권사와 유관기관을 돌며 시위농성을 주도하는가하면 일부 투자자는 객장에 들어가 시세판 불을 끈 뒤 당국을 비판하는 구호를 붙이는 등 업무까지 방해하고 나섰으며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이에 동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8일 오후 1시30분쯤 민정당 중앙당사 앞에서 증권투자자협회 회원 80여명이 증시 부양대책 등을 요구하며 1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보다 앞서 5일 오후2시에는 주식투자자 50여명이 여의도 증권거래소에 몰려가 불법 내부거래자 처벌, 이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2시간동안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7일에도 주식투자자 4백여 명이 증권거래소 앞에서 「증권시장 폭력조작규탄대회」를 갖는 등 2시간 동안 시위농성을 벌였었다.
주가가 연일 폭락기미를 보인 6, 7, 8일에는 D증권 명동지점 객장에 투자자 50여명이 몰려가 시세판 불을 끄고 증시부양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증권사 업무가 1시간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S증권 영등포지점 김모대리(33)는 『현재의 주식 투자 풍조가 이익을 보았다는 사람만 많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덤비기 만해 주식이 폭락할 때마다 집단농성사태가 빚어지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선의의 피해자는 보호돼야 하지만 건전한 투자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모든 투자자들이 투자는 자기 책임아래 한다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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