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금시장 "뒤죽박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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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금시장이 크게 뒤틀리고 있다.
11월 중 2조1천억 원의 총통화(월말 잔액기준)가 풀려나간 상태에서 은행들은 지준을 막지 못해 15%짜리 한은 돈을 꿔다 이를 메우는가 하면 단자사들도 자금이 빡빡하다고 불평하고 있고, 기업들은 실세금리가 떨어지지 않아도 좋으니 돈이나 쉽게 썼으면 좋겠다며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금리 인하조치가 있었지만 연19%에도 자금을 못 구해 쩔쩔매는 기업이 아직도 많다.
9일 금융계 및 업계에 따르면 은행 지준 마감일인 지난 7일 한일·서울신탁·조흥은 등 3개 시은이 무려 1조1천81억 원의 지준 부족을 일으켜 한은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은행예금이 안 들어오는 상태에서 갑자기 급전을 구해올 기관투자가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기후퇴로 재고가 쌓여 자금이 자꾸 잠기는 데다 ▲내년 초의 불황에 대비한 자금의 가수요는 늘고 ▲연말인데도 돈이 도는 속도는 현저히 떨어져 자금난이 풀리지 않고 있다.
더구나 그간 수신이 괜찮아 자금공급의 주된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던 은행신탁과 단자사도 최근 계속되는 증권사 자금 지원 조치로 7천여억 원을 이미 빼앗겨 자금 공급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다 오는 23일까지 약 3조원의 계약금이 동원되어야하는 「분당 악재」까지 겹쳐 연말 자금시장의 기류는 냉랭하기 짝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이나 단자사들은 오르지도 않는 주가를 받치기 위해 여유자금을 증권사에 지원해 주다보니 증권사의 자금난이 자금시장 전체를 크게 왜곡시키고있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금융기관이나 기업관계자들은 명목금리를 무리하게 내리거나 주가를 떠받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금시장의 상황을 더욱 뒤틀리게 만들고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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