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공동체」제안을 주목한다-한우도 문제 해결 소련이 보는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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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보스티=본사특약】한반도가 다시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다. 지난달 9일 북한당국은 한반도 내에 비핵지대를 설치하자고 미국과 한국정부에 촉구했다.
15일에는 비무장지대 내의 판문점에서 남북한총리회담을 위한 제4차 실무접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40년 동안 얽히고 설킨 남북한간의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모든 노력들이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한반도에는 여전히 남북한간의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남한에는 핵무기로 무장한 4만3천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때로는 긴장이 비등 점까지 치솟아 오르기도 한다.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은 최근 소련최고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소련은 한반도에서의 대치상황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언제나 노력해왔다』고 말한바있다.
소련의 한반도정책은 북한의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북한측은 북한·미국·남한이 3자 회담을 벌여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남북한이 상호불가침 협정을 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평양 측은 남한의 주한미군과 핵무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소련은 그 동안 미국이 북한측 제안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왔으며, 미국과 북한이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접촉을 시도하는 것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소련은 또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남한측 주장에 포함돼 있는 「긍정적 요소들」을 무시하지 않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밝힌 『상호불가침 협정 체결전이라도 남한이 북한에 대해 먼저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매우 긍정적인 제안이다.
또 남·북한이 하나로 통일되기 위한 전 단계로 남북한 「한민족 공동체」를 수립하자는 노 대통령의 제안도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고 한반도를 비핵지대 화하자는 북측 제안도 남북대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경제·문화 및 인도적 교류를 확대하려는 남한의 의도와 맞아떨어진다.
소련은 최근 남북정부가 이산가족과 예술단의 상호교환방문과 90년 북경아시안게임에의 단일팀 구성문제를 놓고 나누고 있는 대화를 환영하며 적극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 같은 노력들이 지금으로서는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대화에 의한 합의들은 앞으로 남북한관계발전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총리회담을 위한 양측의 준비접촉은 물론 그 자체가 긍정적인 사태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중요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똑같이 책임이 있는 것이다. 최근 판문점에서 열렸던 회담들은 어쨌든 서로 수용 가능한 타협안을 만들어 내기에는 서로가 선의가 부족했던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소련·중국·일본 그리고 남북한으로 이어지는 소련 근해지역의 긴장완화를 위해 소련이 다자간 협상을 제안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제안의 핵심은 관계국의 수준에 맞추어 해·공군력을 동결 및 감축시키고 한반도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제한하는 것이다.
소련으로서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토론 할 준비가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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