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야·정의원실득은 벅차고 힘든 과제|연내 5공청산 안되면 정면 돌파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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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당의 정호용의원 밀어내기가 암초에 걸린 가운데 노태우대통령이 귀국했다. 이제 5공청산문제는 중간단계의 쿠션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었으며 모든게 노대통령의 결단에 의존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민정당지도부가 오는6일 청와대 당직자회의에서 보고할 내용을 정리했지만 구체적 해결책을 건의하기 보다는 상황설명밖에 못하는 것도 현재 겉려있는 문제들이 모두 그들의 무력감만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노대통령이 선택할수있는 해결책이란 크게보아 3가지 밖에 없다. 첫째는 정호용의원을 설득,사퇴시키고 전두환전대통령이 정부와 협조해 증언에 응하게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야당총재들을 설득해 현수준의 청산노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하고 함께 90년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셋째는 전씨증언·정의원사틔를 모두 포기하고 5공청산의 일방종결을 선언, 야당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정면돌파하는 방법.
그러나 이 3가지가 모두 노대통령에게는 벅차고 힘든 과제다.
우선 정의원을 사퇴시키려면 노대통령이 직접 면담·설득해야한다.
거기에는 정의원의 수용가능성이 먼저 전제되어야하는데 정의원의 태도는 계속 완강하며 그동안 어느 당직자고 정의원 앞에서 「사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대통령이 정의원을 만날경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즉 면담후 정면돌파로 나설 때 정의원을 겨냥한 화살이 노대통령으로 돌려질 가능성이 크고 또 다시 협상운운하며 이중당논을 갖고나가도 통치력이 의심받게 된다.
민정당의 한 관계자는 이런이유를 들어 면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매우 은밀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당내분위기나 노대통령과 정의원과의 개인적 인간관계로 볼때 『나가달라』는 부탁보다는 정의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어떻든 정의원의 청와대면담은 노대통령이 어느 쪽으로건 결심을 굳히는 시점이될 것이고 노대통령이 귀국기자회견에서 『아직 만날 계제가 아니다』 고 한 것도 그 때문으로 보여진다.
노대통령에게는 정의원문제보다 백담사증언이 훨씬 더 큰부담이다.
여권의 한 고위소식통은 백담사측이 「무조건 증언」 을 흘리고 있지만 사실은 증언 자체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며 노대통령이 원하는대로 증언을 해주기에는 이미 두사람간에 골이 너무깊게 패었다고 말했다.
전씨·정의원문제가 이런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할지도 모르는 국회운영, 실물수출의 3∼4%감소,내년 경제의 불투명,여권내의 수많은 갈등요인등이 겹쳐 여권인사들은 대부분 위기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여권내에는 노대통령이 물기 어려운문제에 매달리기보다는 차라리 범여권의 단결을 바탕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가 점차 높아가고있다.
따라서 이런 내부의 이견이 조정,통합되지 않고 여야영수회담이나 노-정회담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리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더구나 3김씨가 그들의 합의사항이 「최소한의 요구」 라고 고집하고 있고 정권퇴진투쟁 운운하는 입장을 벗어나지 않는한 영수회담을 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에대해선 회의적이다.
이에따라 청와대·민정당 지도부에서는 결국 일방청산과 국민이 그런 조치를 납득할수 있게하는 독자적인 노력을 하는쪽으로 대통령이 연내에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여야협상보다는높게 점치고 있다.
민정당관계자들은 지연되고 있는 지자제실시,토지 공개념의확대도입등 경제분배정책,국가보안법등 각종법·제도의 개페등을·과감하게 실천하고 다양한 조치와 광주피해자보상,명예회복조치등에 노력이 경주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시급한 첫과제가 범여권의 규합이란 얘기다.
우선 백담사를 중심한 구세력들의 섭섭함을 달래는 노력을 선행하자는 건의가 여권내에서 점차 높아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부터 월말까지 노대통령이 보일 일거수 일투족은 6공들어 가장 중요한 분수령을 만들지 모른다. <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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