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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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과연 요즘은 만남의 시대인지 동서로 남북으로 오가며 만나는 것이 무슨 유행인 것처럼 화제가 끊일 새 없다. 세계는 이제 막 지역뿐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새로운 경계조건을 수립하는 시대에 이른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문화계에도 자주 만남의 기회가 오가는데, 문화란 흐르는 물 같아서 괴어 썩는다면 아무런 뜻도 없는 것이고 보면 좋은 계기가 될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음악현실처럼 마냥 남의 나라 음악에만 심취해(?)온 분야를 두고 보면 한편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막상 동·서양을 나누어 가지자고 찾아오는 서양인들에게 고작 그네들의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그렇고 해서 이때만은 슬쩍(?) 선조들께서 즐기시던 옛음악을 내놓고 적당히 자랑삼아 우리 모두 즐기고 살아온 음악인양 얼버무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계속 눈가림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새삼 역사를 들춰가며 일제가 어쩌구 식민문화 운운하자는 것은 아니고 당장 오늘 안되면 내일이라도 바라보며 함께 우리음악 찾기 운동이라도 벌여보자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뜻인데….
그런 뜻에서 각급 여학교에 사용되는 교재에 우리음악을 좀더 진지하게 다루어주기를 새삼 부탁하기로 하자. 그런데 고등학교 과정에서 음악시간은 아예 없어지고 상급학년은 오로지 입시준비만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고교시절에 유일한 예능활동의 창구였던 합창·합주반 등의 예능활동은 물론 교내에 학예발표회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는 이야기고 보면, 과연 우리 나라 교육은 문화적으로 방임된 무방비상태란 말인가. 더욱더 한심한 것은 이런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조장시킨 것이 바로 입시열기에 눈이 먼 학부형들의 성화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게 곧 우리 모두가 자초한 일이 아니었는지.
그래도 다행인지 버젓이 음악대학이 있다는 사실이 왠지 좀 어색한데, 해마다 1만여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어 과밀경쟁을 일으키는가 하면, 실기시험관리 어쩌구 하는 숱한 의혹(?)을 남기기도 한다. 물론 음악시간도 없는 학교가 이를 가르킬리 없고 이 모두가 개인교습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겪는 일인데, 기악과를 예로 들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막대한 시간과 경제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니 이 땅의 예능교육은 왜 이리도 힘드는 것인지.
그런데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들어가는 음악대학이고 보면 응당 이 삭막한 우리 음악현실을 통탄하고 고민하며 조그마한 해결책이라도 모색할 듯한데, 웬일인지 우리 나라 음악대학교의 교과과정 대부분이 서양음악만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당혹케 할만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교육받은 대부분의 음악학도들은 으레 해외로 진출해야만 하고 또 그곳에서 활동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다니, 우리 나라 음악이 서양문화 미래의 꿈나무라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의 음악교육의 현주소는 요원하고 우리 음악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이 암담한데, 여하간에 이 모든 음악교육의 현실을 탓하기 앞서 이를 자초한 책임이 바로 우리고 보면 다함께 그 책임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 아닐는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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