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의 낙하산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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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문화관광부 정책보좌관에 장관이 반대한 인사를 임용토록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관 정책보좌관제'의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정책보좌관 제도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장관의 정책 수립 기능을 보좌한다는 명목으로 신설됐다. 그러나 전문적인 정책 보좌와는 거리가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청와대 출신 등 정치권 인사가 대거 정책보좌관으로 기용됐다. 특히 노 정부의 386세대가 낙하산 인사를 통해 정책보좌관으로 자리를 잡은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보좌관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청와대와 정치인의 '제 식구 챙기기' 창구, 386세대의 낙하산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올해 초 취임하면서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김현목씨를 2급 정책보좌관으로 데리고 왔다. 재정경제부에는 현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전재수씨가 초대 정책보좌관이었고, 이어 2004년 8월 KDI 출신으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김동열씨가 3급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자신이 운영했던 남해신문의 편집국장 출신인 박동완씨를 정책보좌관에 임용하기도 했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19개 부처에 33명의 장관 정책보좌관이 일하고 있다. 3년 전인 2003년 7월엔 16개 부처에 21명의 정책보좌관이 있었다. 갈수록 정책보좌관이 늘어난 것이다.

보좌관 정원과 임용 인원도 부처마다 차이가 있다. 외교통상부는 한 명의 보좌관만 두고 있지만 건교부는 가장 많은 3명 정원을 모두 채우고 있다. 대부분 부처는 2명 정원에 1명 또는 2명을 두고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부처마다 2~4급의 정책보좌관을 1~3명씩 둘 수 있는데 정치인 장관의 경우 거의 국회의원 시절의 보좌관이나 비서를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무원 출신이 장관인 상당수 부처는 공무원을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예전에도 부처별로 별정직 보좌관을 둘 수 있었으나 이를 명문화하고 규모를 늘린 것은 노무현 정부가 처음이다.

김준현.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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