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는 금이요, 맥아더 업적은 순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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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11일 오전 인천 자유공원을 방문해 한때 진보단체의 철거 요구 시비에 휘말렸던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친구를 사귀어라. 그렇지만 옛 친구를 지켜라. 새 친구는 은이요, 옛 친구는 금이다. 맥아더 장군의 업적은 순금이다."

11일 오전 인천 자유공원을 찾은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최근의 한.미 관계를 이 공원의 명물인 맥아더 장군 동상과 연관지어 이렇게 풀어 나갔다. 하이드 위원장은 이날 안상수 인천시장, 주한 미국.일본.호주.필리핀 대사, 주한 미해병대사령관, 인천해병전우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맥아더 동상에 꽃을 바쳤다.

그는 지난해 9월 인천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으로 시끄러웠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동상을 훼손하거나 허물어뜨리느니 차라리 미국인에게 넘겨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10일 서울에서의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이 미사일을 발사하지도 않았는데 미국이 실패했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과는 토론할 가치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헌화 후 연설을 통해 "오늘날 한국에는 이 기념물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맥아더 장군이 인천에 아예 상륙하지 않았다면 통일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의 가족이 분단국가인 아일랜드계이기 때문에 분단의 고통도 이해한다"며 "그러나 통일을 위해 얼마의 대가를 치러야 하며 자유와 평화.번영까지도 희생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날의 헌화 행사는 전격적으로 치러졌다. 맥아더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반미단체들과의 충돌을 우려, 행사 자체가 보안에 부쳐졌다. 경찰은 주변 행인과 자동차를 검문했다. 미국 측에서도 정복 차림의 미 해병대원과 사복 차림의 해병대원들을 태운 미니버스 두 대와 지프 한 대가 뒤따르며 경호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연설을 마친 뒤 56년 전 17세의 나이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인천해병전우회원 이기간(74)씨를 만나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 헨리 하이드=16선의 미국 공화당 소속 의원으로 우리 국회의 통일외교통상위원장과 비슷한 자리인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며,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황장엽씨의 미국 의회 증언을 추진한 대표적 대북 강경파이기도 하다. 82세로 11월에 정계에서 은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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