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노조에 두 번 당하지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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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측은 철제 박스인 '로로선 카세트'로 제철소 출입문을 막았다. 포항=조문규 기자

지난달 포항지역 건설노조에 본사 건물을 점거당한 포스코가 '두 번 당하지 않겠다'며 자체 경비 강화에 나섰다.

우선 본사 정문 등에 컨테이너 모양의 철제 박스 '로로선 카세트'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로로선 카세트는 코일 모양의 철강제품을 배에 실을 때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박스다. 폭 2.7m, 높이 3.3m, 길이 7m에 무게는 7t으로 중장비를 동원하지 않고는 움직이기 어렵다. 본사 정문 외에도 본사로 통하는 길목 네 군데와 포항제철소의 정문 등 6개 출입문에 모두 50여 개의 박스를 갖다놓았다.

포스코는 경비원 120여 명에게 예비군복.군화를 착용토록 했다.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고 근무할 경우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본사 건물의 층마다 경비책임자를 지정했다. 경비책임자는 상황이 발생하면 직원들을 소집해 자체 방어에 나서게 된다. 또 12층 임원실에는 상황실을 설치하고 상황실장에 포항제철소장을 임명했다. 이와 함께 노조원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해 제철소 북쪽 75m 높이의 환경감시탑에 폐쇄회로(CC)TV 두 대를 설치했다.

노조원들이 포스코에 진입할 기미가 있으면 경찰이 경비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달 본사가 점거당해 유형무형의 피해가 막심했다"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9일 5000여 명의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이 집회를 연 뒤 포스코로 행진하다 경찰과 충돌해 전경과 노조원 260여 명이 부상하는 등 포스코 본사 점거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한편 지난달 16일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했다 숨진 건설노조 조합원 하중근(44)씨는 부검 결과 두개골 골절이 사인으로 드러났다. 윤시영 경북경찰청장은 10일 "머리의 충격은 외부의 직접적인 가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넘어지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진압과정에서의 부상, 집회에 참가한 노조원의 과실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포항=홍권삼 기자<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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