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측근 되려면 '100도 클럽' 가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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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참모들은 최근 화씨 100도(섭씨 37.8도)가 넘는 8월의 뙤약볕 아래 3마일(4.7㎞)을 달리느라 진땀을 흘렸다. 백악관의 '100도 클럽(100 degrees club)'에 가입하기 위해서였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참모들이 8일 오후 4시 텍사스의 이글거리는 땡볕 아래서 100도 클럽 가입 달리기를 했다고 9일 보도했다. 100도 클럽은 부시 대통령과 함께 화씨 100도에서 3마일 달리기를 완주한 이들이 가입하는 클럽이다.

이날 달리기에는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 등 10여 명이 참가했다. 행사가 시작된 것은 오후 4시. 햇볕이 가장 뜨거워 수은주가 100도까지 치솟는 시간이다. 참모진 10여 명은 달리고, 부시 대통령은 산악용 자전거를 타고 이들과 함께 코스를 돌았다. 부시는 조깅을 즐겨 왔으나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지 마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2003년부터 달리기를 중단했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을 다져온 스노 대변인은 1시간30분 만에 달리기를 마쳐 100도 클럽에 무난히 가입했다고 전했다.

100도 클럽 달리기가 시작된 것은 부시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하던 2000년 8월. 당시 크로퍼드 목장을 찾았던 부시가 경호원들에게 '한낮의 조깅'을 즉흥적으로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진을 해마다 달리기에 초대했다. 그리고 3마일을 완주한 이들에게 100도 클럽 티셔츠와 함께 부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상으로 주었다.

그러나 100도 클럽은 이제 부시의 최측근 참모로 편입됐음을 알리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일례로 지난해 부시 대통령이 해리엇 마이어스를 대법관으로 지명했을 때 언론들은 마이어스가 100도 클럽 멤버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부시의 정실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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