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아파트 분교」세워 과밀 해소|연세대교수·교육사회학 한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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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의 물리적 환경인 학교주변 환경이나 시설 문제만 보아도 우리의 교육환경은 큰 문제 거리다. 학교주변에는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유흥업소가 1개 교당 평균 90개씩이나 산재하고 있다. 학교 주위에 유흥업소가 있는 것이 아니고 유흥가 가운데 학교가 서있는 꼴이 되었다.
교육의 사회적 환경의 오염도 역시 학교를 황폐하게 만들도록 악화되어있다. 과대 학급이나 과밀 학급문제, 그리고 도시·농촌간의 교육환경 격차문제는 말도 못 할 정도로 심각하다. 교육공해 기준치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학급의 학생 중 1명을 줄이면 그 학급은 6일을 더 배우게 되는 학습효과를 갖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연구결과를 종합해 본다면 우리의 학급을 40명으로 줄일 경우 이 학급은 60명으로 구성되었을 때 보다 연간 최하 14일에서 최고 40일 정도를 더 배울 수 있게되는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 더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도시와 농촌간의 학습 격차가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국 학력고사 성적을 분석하면 시골학교 학생들의 학력은 대도시 학생에 비해 약 6개월 정도의 학력이 뒤 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골 학생들의 학력은 학부형보다는 학교의 교육 시설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시골의 교육시설은 상당한 정도로 확충되어야 하는데도 현재의 실정은 정반대다. 시골학교에서 현재 운영되는 과학교실이나 학습시설은 고철처럼 낡아있고, 농촌을 떠나는 학생들이 늘어가기만 한다.
교육을 위한 정신적 환경 역시 문제다. 정신적 환경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간의 인간관계는 사제관계라기보다는 타산적인 관계로 변해있다. 학생과 학생과의 급우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학교 폭력도 의외로 사납게 심화되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교사가 하루 8시간의 일과를 행하면서 개인 학생과 접촉하는 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평균 3분 정도다. 교사가 기껏 해 하루 3분 정도로 학생들과 접촉하는 상황 속에서는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다.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 교육환경의 오염은 교육 공해추방의 차원에서 개선돼야한다.
첫째, 우리 학부모들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교육 행정가들과 일반예산 담당부처의 패배주의적 현실론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즉 교육환경 개선이 중요한 줄을 누가 모르는가, 돈이 없기 때문이니 이 정도라도 만족해야 한다, 2000년대가 되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다, 그때까지라도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 교육정책 집단들의 패배주의와 적당 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우리 나라 재정규모를 살펴볼 때 교육재원 확보문제는 이제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느냐에 관련된 정치와 정책 우선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여러 외국에서도 학급당 학생 수를 40명 이내로 줄여 공부시키고 있는 점을 볼 때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된다.
교육정책 집단이 정신만 차려준다면 더욱 더 그렇다. 우리의 정치인이, 우리의 경제부처 관리들이, 그리고 우리 교육정책 집단이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압력을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가에 그 해답이 달라지게 된다.
둘째, 피폐된 물리적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 모두 지역 별 학교교육 환경 보호기구 설치를 제안하고 실제로 그것을 조직, 운영해야 한다.
행정가·경찰·학부모 대표·교사 대표 등으로 구성되어야할 이 학교교육 환경 보호기구는 준 사법적 기능을 부여받아야 할뿐만 아니라 비교육적 학교환경의 정화를 위한 관계법의 개선에 최선을 경주해야한다.
셋째, 교육의 사회적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대 학급이나 과밀 학급문제를 제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제도 보완조치가 절대로 필요하다. 그것을 위한 한 방안으로 「작은 학교」 설치 운영이 필요하다.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는 건축 시공자가 의무적으로 아파트 공간 중 일정공간을 미니학교로 만들어 현대판 서당학교나 혹은 분교로 운영하게 해 볼 수 있다. 시골에서도 마을학교를 세워 의무교육을 마을화 시킬 수도 있다.
서구에서는 동네별로 학부모 학교를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그것의 교육적 성과도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넷째, 교육의 정신적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교실에서 소외 받는 60%의 학생들을 위해 상담교사도 배치하고, 직업교육도 강화할 수 있는 표준 교육과정을 만들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교육환경에 비해 침체될 대로 침체되어 있는 시골학교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농어촌 지역의 중·고등학교 교육에 대해 무상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교육개선과 더불어 장애자 교육과 자녀교육 때문에 일어나는 이농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세 사용의 비율 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 모든 교육환경 개선의 조처는 교육 수혜의 불평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이며,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지름길이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학부모의 교육운동과 문교 정치집단의 교육 정책적 열성을 다시 한번 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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