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진의 "어거지 합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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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상장된 우량기업이 경영합리화의 명분을 내세워 「우량하지 않은」 비공개 계열기업을 무리하게 1대1로 흡수· 합병하려는 일이 잦아 우량기업의 주주들로부터 삿대질을 받고 있다.
한진그룹의 주력기업인 (주)한진이 최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미 공개 계열사인 대한종합운수를 1대1의 주식평가비율로 합병키로 하자 (주)한진의 기존주주들 대부분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해태제과가 지난 8월 해태음료를 1대1로 합병하려다 기존 주주들이 일제히 매수청구권을 들먹이며 회사가 주식을 현재가로 사들일 것을 요구하고 나서는 통에 계획이 좌절된 일도 있다.
또 이미 합병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금성사가 금성마그네틱을, 한보종합건설이 한보철강을 합병할 때도 소란이 있었으며, 86년 9월에는 후지카 대원전기(주)가 대원전기산업을 합병했다가 기존주주들과의 마찰이 법정싸움으로 번져 사후에 합병무효판결을 받은 적도 있다.
기업들은 이같이 계열사들을 흡수· 합병하려는 이유에 대해 경영합리화를 내세운다. 즉 경영이 어려운 기업을 우량기업과 합병, 자본금규모를 키움과 동시에 양쪽에 분산되는 연구비 등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장기업의 일반 주주입장에서는 주당 순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기업을 1대1로 합병할 경우 당장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보는 반면, 합병되는 기업 쪽의 대주주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게되므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다.
더구나 흡수· 합병을 하는 경우 공개요건을 갖추지 못한 미 공개회사가 까다로운 공개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장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실제로 한진의 경우도 89년6월말 현재의 주당 순자산이 (주)한진은 2만4천7백74원, 대한종합운수는 6천2백52원으로 4대1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1대1 합병을 할 경우 (주)한진의 주가하락은 불가피하고 대한종합운수의 대주주는 얼핏 계산해봐도 주당 1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대한종합운수는 지난해 6월 대한선주계열에서 인수된 대표적인 부실회사로 지난해만도 당기순이익을 한푼도 내지 못해 독자적으로는 공개가 불가능하다.
현행 증권관계법 규정으로는 기업합병은 이사회결의만으로 가능하게 돼있으며 일반주주들의 손해를 보완하는 조치로는 증권거래법 제 191조에 합병이전 가격으로 주식을 회사가 인수하도록 하는 주식 매수 청구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한진의 일반주주들은 현재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계에서는 이러한 기업합병에 따른 마찰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즉 현행 기업합병비율을 이사회결의에만 맡기는 것을 수정, 외부감사에 의한 기업의 정확한 회계를 근거로 주당 순자산가치에 의해서만 합병비율을 결정토록 하고 만일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적절한 규제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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