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동산투기 구경만 해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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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행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부동산 투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왔다.

9일 한국경제학회의 국제 세미나(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한은이 물가 안정에만 주력하면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며 "물가만 잘 관리하면 되지 부동산 대책까지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죽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물가 관리가 잘 된다"며 "그러나 (돈이 많이 풀리지 않았는데도) 부동산 투기는 늘고 원화가치는 뛰는 상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저금리가 세계적인 주택가격 급등을 유발했다면 물가와 성장을 감안해가며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모호한 설명으로 헷갈리게 한다는 것이다.

박영철 서울대 초빙교수도 "부동산 투기가 집값을 올려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의 원인이 될 것을 알면서도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리를 올려 부동산 투기를 잡는 것에 대한 이견도 많다. 무엇보다 ▶낮은 금리가 유동성을 부풀려 부동산 투기로 이어졌는지 ▶콜금리를 올리면 유동성이 줄 것인지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는 게 타당한지 등을 놓고 시장전문가.학자.정책담당자들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은법 1조에서 내건 기치가 물가안정인 만큼 이에 주력하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도 있다.

이날 오찬 연설을 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예정된 콜금리 결정과 관련된 내용을 묻는 질문에 "오늘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대신 이 총재는 연설에서 "성장엔진에 문제가 생겼다는 우려가 많지만 단기적 부양책보다 구조적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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