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의 피카소' 송파를 색칠하다

중앙일보

입력

"어르신 벽화 봉사단 나가신다."

송파구에 '노인 벽화 봉사단'이 출범, 밝고 아름다운 거리 만드는 데 힘을 보탠다.

송파문화원(원장 신중식)은 지난 6월 중순 지역 노인 50명으로 '땡땡땡, 실버 문화학교-어르신 벽화 봉사단'을 구성했다. 송파문화원은 "노인들이 건전한 여가생활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얻게 하자는 취지로 벽화 봉사단 문화학교를 열었다"고 밝혔다. 송파문화원은 선착순으로 모집한 65세 이상 노인 50명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3~6시 3시간씩 두 달여 동안 벽화 그리기를 교육했다. 송파미술가협회 강정일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 2명이 미술 실기를 주로 가르쳤고, 송파문화원에서 5년 이상 미술강좌를 들은 50대 여성 5명이 보조교사로 참여했다.

공무원.회사원 등 다양한 경력의 이들 노인들은 기초 스케치를 배운 뒤 차츰 채색 등으로 넓혀갔다. 문화원은 노인들에게 스케치북.연필 등 화구를 무료로 제공했다.

노인 학생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교육시간은 물론 30분의 휴식시간도 아까워 반복해서 그림 연습을 했다. 7월 31~8월 3일에는 그 동안 배운 실력을 발휘하는 실습시간이 마련됐다. 노인들은 송파문화원 회관의 가로 20m.세로 7m 크기 외벽에 산과 꽃 등 자연풍경을 그렸다. 동서양의 문화 교류를 의미하는 추상화도 그려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일 벽화 그리기는 찌는 날씨에 진행됐다. 45명 노인 학생들은 작업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온통 땀으로 젖었다. 하지만 불볕 더위도 이들의 작업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의 손놀림은 더 빨라졌고, 표정은 더욱 진지해졌다. 마침내 오후 1시쯤 "와, 성공이다"라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틀간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그린 벽화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잠실 7동에 사는 김순자(66.여)씨는 "벽화를 끝내는 순간 작가가 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벽화 작업을 통해 취미 활동도 하면서 우리 동네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에는 송파문화원 강당에서 실버문화학교 벽화 봉사단 수료식이 열렸다. 애초 교육을 신청한 50명 중 45명이 끝까지 남아 수료식에 참석했다. 한 번도 교육을 빼먹지 않은 열성파 교육생들이었다. 이 중 15명은 할머니들이다. 이들은 수료식에 앞서 기념으로 이날 오전 5호선 개롱공원 한라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찾아 마지막으로 벽화 실습을 했다.

이들은 앞으로 송파구의 학교.관공서.경로당.공사현장 등을 벽화로 장식할 계획이다. 송파문화원 이재갑(60) 문예진흥과장은 "동 사무소 등에 벽화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물색해 달라고 부탁해 놓았다"고 귀띔했다.

또 유치원생.초등생.청소년.가족 단위 봉사자 등과 공동으로 벽화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다. 벽화 작업이 2, 3세대들에게 봉사활동의 의미,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문의 02-414-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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