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告 도롱뇽' 인정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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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이 터널공사를 막기 위한 소송에 나선다.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반대 대책위원회는 13일 경남 양산시 천성산 계곡에 서식하는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15일 부산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위 측은 "1994년 실시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롱뇽 등이 제외됐다"며 "터널이 뚫리면 도롱뇽의 서식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측은 지율 스님 등 대책위 대표들과 실무자들이 참가한 '도롱뇽의 친구들'이란 단체를 만들어 이를 소송대리인으로 지정했다.

대책위 손정현 사무국장은 "원고 자격을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일본에선 소송에서 이긴 사례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다이세쓰산(大雪山) 국립공원 인근의 주민과 환경단체에서는 터널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우는 토끼'를 원고로 소송을 제기해 30년 만인 99년 3월 승소했다.

법원이 국립공원 내 특별보호지역에 터널이 뚫릴 경우 주변지역 온도가 상승, '빙하기의 유물'이라는 '우는 토끼'의 서식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98년 3월 녹색연합이 낙동강 재두루미의 떼죽음과 관련, 천연기념물 보호에 소홀한 문화재청을 상대로 하고 재두루미를 원고로 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원고 부적격으로 곧바로 기각됐다.

또 2000년 5월에는 녹색연합 측이 새만금 간척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어린이들을 원고로 내세웠던 미래세대 소송이 있었으나 6월 초 서울고법의 2심 재판에서 기각됐다. 공사가 시작되던 10여년 전에 행정심판을 먼저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한편 녹색연합 측은 "천성산에는 수달.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11종 등이 존재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는 '계획노선 주변에는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은 없음'이라고 보고하는 등 누락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터널에 반대해 지난 봄 38일간 단식과 삼천배.삼보일배 수행에 나섰던 지율 스님은 지난 4일 무기한 단식기도를 다시 시작했다.

이에 대해 고속철도공단은 "환경영향평가는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완료된 것이며 녹색연합의 주장은 주관적"이라고 반박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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