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 양방에 묻는다 ① 전립선염 (손기정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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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해 산다?' 전립선염을 앓고 있는 남성들이라면 이 말이 실감 난다.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전립선염은 그만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하복부를 압박하는 묵직한 통증과 불쾌감, 그리고 배뇨통에 심하면 성기능 장애와 정신적 공황상태까지 보인다.

만성 전립선염에 대해 양방에선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완치보다 몸의 상태를 조절해 주는 정도. 이 병이 난치인 것은 전립선의 특이한 구조에 있다. 전립선을 싸고 있는 막이 요새 같아 항생제가 침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중한의원 손기정 원장은 전립선염 환자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처방을 구사한다. 육미지황탕을 기본방으로 한 금은화(인동초 꽃), 패장근, 어성초 등 한약재를 혼합한 가미패장지황탕(加味敗醬地黃湯.일명 '일중음')이 그것. 효과는 10~20년 전립선염으로 고생한 환자들의 입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대부분 병원을 전전했지만 치료가 되지 않아 절망감을 호소하던 사람들이다.

그는 2003년 환자 사례를 모아 대한동의생리병리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4~16년간 만성전립선염을 앓은 환자 46명을 추적.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약재를 한두 달 투여한 결과, 통증 및 불편감 감소 93%(42명), 배뇨증상 감소 89%(40명),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감소 90%(41명) 등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립보건원 만성전립선염 증상점수표(NIH-CPSI)를 기준으로 한 증상점수에선 통증 및 불편감(17.09→1.91), 배뇨증상(7.72→1.24), 삶의 질 부분(10.59→ 2.96)지수가 모두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학에서 전립선염은 산병(疝病), 고병(蠱病) 등으로 불린다. 인체 하복부와 회음부의 기(氣)가 순행하지 못하거나, 벌레(蠱)가 나무를 갉아먹듯 생식기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

손 원장은 "신장.방광 기능을 개선시키고, 면역력을 강화시켜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것이 치료의 원리"고 말했다. 육미지황탕이 비뇨생식기계의 원기를 돋우고, 금은화는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며, 패장근은 농을 배출하는 효능이 강해 이를 전립선염 치료에 활용한다는 것. 그는 차전자(질경이 씨앗)도 쓰는데 이는 소변을 시원하게 배출시키는 효능이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좋은 약재를 구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유별나다. 중국 약재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구하지 못하자 베이징중의학원 연구원의 도움으로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안국시장에서 4일간 수소문한 끝에 원하는 약재를 구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한다.

고종관 기자

※조인스헬스케어(http://healthcare.joins.com) '한방이 양방에게'코너에 의견을 올려주세요. 양.한방 협력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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