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피플] '벌거벗은 임금' 네팔 국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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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네팔의 갸넨드라(사진) 국왕이 민주화 시위 이후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고 있다. 전제군주였던 갸넨드라 국왕은 이미 통수권과 면책특권을 잃은 데 이어 토지마저 몰수될 처지로 전락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민주화 시위 이후에 출범한 새 정부는 갸넨드라 국왕과 왕실을 '평민'으로 대접하기로 했다. 프라부 나라얀 초다리 토지개혁부 장관은 "왕실 소유의 재산 목록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국왕과 왕실이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을 제한하는 법을 곧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왕이 그동안 소유해온 토지 중) 일반 국민의 토지 소유 한도를 넘는 땅은 몰수해 국유화하고 이를 가난한 농부 등에 나눠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토지개혁부의 기초 조사에 따르면 갸넨드라 국왕과 왕실이 보유한 토지는 확인된 것만 여의도 면적의 5배 이상인 523만여 평에 달한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 갸넨드라 국왕은 일반 국민의 토지 소유한도인 2만2525평을 넘는 토지는 내놓아야 한다.

네팔 새 정부의 왕실 토지 몰수 계획에 대해 국왕 하야까지 요구했던 네팔 국민은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AFP는 "산악지대에 위치해 농지가 부족한 네팔에서 토지 몰수로 국왕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5월 네팔 의회는 갸넨드라 국왕의 군대 통수권과 면책.면세특권을 박탈했다. 6월에는 국왕의 법안 거부권과 주요 인사권, 왕위 계승자 임명권도 폐지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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