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발언… 북한 맹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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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이 최근 수해를 입은 북한에 인도적 구호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주장을 펴자 북한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동족의 불행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는 북한 평양방송이 "이번 망발은 존엄 높은 우리의 정치체제를 훼손 중상하고 동족의 자연재해까지도 반북대결의 목적에 악용하려는 한나라당의 흉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 기사 전문.

대북 강경파이면서도 북한 수해 피해에 대해 인도적 구호 사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던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못해 격분에 차 있다.

북한의 평양방송은 5일 "(정형근 최고위원의) 이번 망발은 존엄 높은 우리의 정치체제를 훼손 중상하고 동족의 자연재해까지도 반북대결의 목적에 악용하려는 한나라당의 흉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 인민과 온 겨레의 치솟는 격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평소 지론"이라며 '러브콜'을 보냈지만 퇴짜를 맞은 셈.

정형근 최고위원은 지난 3일 "동포애적 입장에서 김정일 체제와 인민과는 구별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주도해 기초적 구호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정 최고위원의 다음 발언이었다.

"북한이 100년 이래 최대 홍수로 인명피해만 1만명에 이르고 이재민수가 130만에서 150만명에 이르는 최악의 수해를 겪고 있다.""북한은 민둥산에 통신망도 없고 철도.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 빈약해 매일 노약자와 어린이가 질병으로 수십명씩 죽어가고 있고 군은 준 전시체제에 들어가 피해복구 준비가 안 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평양방송은 "너무도 허무하게 과장하고 왜곡한 모략적인 것으로서 우리에 대한 악의에 찬 중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의 "남북협력기금이 들어가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중단" 발언도 북한을 자극했다.

"한나라당이 이번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업지구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떠벌린 사실에서 드러난 것처럼 남조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금강산 관광 길이 막히고 개성공업지구 건설이 날아나고(사라지고) 전쟁밖에 터질 것이 없다고 해온 우리의 주장이 결코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줬다."

평양방송은 특히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인도적 사업에 대한 용납 못할 우롱행위"라고 성토했다. 북한 수해피해에 인도적 구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정작 대북협력 사업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금강산, 개성공단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우롱"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정형근 최고위원의 '북한 정권- 인민' 분리 대응 기조는 사실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5월에도 "인도적 지원인 비료나 식량을 가지고 남북대화를 건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라며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 비료지원을 남북대화 재개와 연계하는 상호주의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해 7월에는 정부의 대북 전력공급 중대제안에 대해 "매우 획기적인 조치"라며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보내 미사일 정국을 풀어야 한다"며 "지금이 DJ의 방북 적기"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정 최고워원은 지난달 1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북한이 남한에 쌀 50만톤, 비료 15만톤을 달라고 하고 우리가 퍼다주면 그것을 제2예산(군수예산)으로 전용하는 구조를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 최고위원이 말해왔던 '북한 정권-인민' 분리 대응 기조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였다.'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중단' 입장 역시 정 최고위원이 말하는 "남북대화의 필요성"과는 거리가 멀다.

어쨌든 정 최고위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발언은 '합리적 보수'로의 이미지를 탈바꿈을 위한 '변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최고위원 측은 "'DJ 저격수' 이미지 때문에 정 의원에 대한 시각이 편향돼 있다"며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도적 지원으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것은 평소 정 의원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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