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주식투자로 20억 번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약세장에도 강한 종목은 있습니다. 그걸 찾아야죠"

서른살 김동일씨에게는 증권 실전투자대회 4관왕이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2000년 SK증권, 2002년 메리츠증권, 2003년 LG증권, 2004년 동양증권에서 개최한 수익률대회에서 모두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2000년 초, 군 제대 후 400만원으로 시작한 원금은 6년만인 현재 20억원으로 불어났다.

주변에 주식 투자하는 친지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IT주 랠리에 동승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투자에 나섰다. 제대 후 아르바이트로 번 400만원으로 '한글과 컴퓨터'를 샀다. 2 ̄3일 만에 수십 퍼세트의 수익이 나자 본격적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IT관련 이름으로 사명만 변경해도 주가가 폭등하던 시절이었다. 사명 변경 호재를 기회로 명화물산과 신화직물을 매수했다. 1 ̄2개월 만에 2만원대였던 명화물산은 10만원으로, 3만원대였던 신화직물은 9만원으로 폭등했다. 시장도 좋았고 무엇보다 '내' 돈으로, 호재가 있는 종목만 매입한 게 승부 요인이었다.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친이 운용해보라며 맡긴 2000만원이 원금 회수 불능 상태에 빠졌다. 미수로 산 네티션닷컴은 3일만에 투자금 3000만원이 600만원으로 줄었다. 수개월 후 손실은 만회했지만 김동일씨의 투자 패턴은 이 일을 계기로 달라졌다.

"투자 일지를 들춰보며 왜 수익이 났고 왜 손실이 났는지 분석해 봤어요. 여러 종목을 단타로 매매했을 때는 손실을 봤고 잘 아는 기업 위주로 올라갈 종목만 선별해 집중적으로 투자했을 때 수익이 났죠. 미수 거래를 하면 수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 따른 불안이 더 컸습니다. 1000만원으로 50% 손실을 보면 떨어질 때는 50%지만 다시 채우려면 100%의 수익을 내야 하죠. 심리적부담이 클 수 밖에요. 이렇게 되면 냉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김씨는 원금에서 일정 부분 빠지면 무조건 매도에 들어간다. 올라가는 종목도 많은데 굳이 내려가는 종목을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려갈 때 매도하고 저가로 다시 사서 보유 주식수를 늘리는 한이 있어도 손절매는 철저히 지킨다는 게 김 씨의 철칙이다.

김 씨의 투자 패턴은 테마주와 상한가 종목, 신규 상장종목, 외국인 매수 종목 위주의 단기 투자다. 업종 변경을 시도하는 기업이나 정책 수혜주를 눈여겨 본다. 상한가를 치는 종목은 저평가돼 있고 상승세가 어느 정도 지속될 만한 기업을 선별한다. 관심 기업의 주총 개최일을 일일이 매매 달력에 표시하고 주총 안건을 확인한 후 공시가 나가기 전 매수에 돌입한다.

김 씨는 투자 자금의 10 ̄20%를 삼성전자나 CJ2우B 같은 우량 종목에 장기 투자하고 10%는 초단기로, 나머지를 단기 및 중기로 나눠 투자하고 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6년 반 동안 모니터 앞을 마음 편히 떠나 본 적이 없다. 점심 시간에는 밥을 먹으면서도 모니터 앞을 지킨다.

"요즘은 장이 안 좋아서 차트 위주로 보고 있어요. 꾸준히 하락하는 종목이 거래량이 많은데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 시점(눌림목)이 있죠. 누군가 지속적으로 사고 있다는 얘기에요. 반등의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상한가 종목 역시 마찬가지죠. 더 오를 수 있는데 인위적으로 오름폭을 제한한 게 상한가입니다. 앞으로 더 올라갈 잠재 에너지가 있는 종목들이기 때문에 그 중 가장 강한 상한가로 판단되는 기업을 매수합니다. 상승 추세가 꺾이면 매도하고요."

김동일씨는 여유자금의 20 ̄30% 내에서만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다. 수익이 나면 수익은 회수하고 원금 만으로 재투자에 나선다. 나머지는 은행 예금과 ELS, 부동산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ELS는 원금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수익률이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자금을 운용하기 적합하다고 했다. 부동산은 부친의 권유에 따라 펜션을 지을 땅과 오피스텔 임대에 투자했다. "수익률이요? 주식만 못하더라고요."

김씨는 현재 증권 실전투자대회 입상 멤버들과 스타인베스트라는 투자컨설팅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철저히 종목 위주의 투자를 하고 있지만 김동일씨 역시 최근 주식시장은 테마도, 호재도 찾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상한가 종목 개수가 10여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약세장임에는 틀림이 없죠. 그래도 강한 종목은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