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람(27·스페인)이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골프장 남코스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4언더파 67타, 합계 6언더파로 루이 우스트히젠(남아공)을 한 타 차로 꺾었다. 존 람의 PGA 투어 6승, 첫 메이저 우승이다.
경기 초반 리더보드는 매우 혼란했다. 선두와 한 타 차이에 10명이 들어가기도 했다.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로리 매킬로이, 존 람 등 강호들이 우글우글했다.
어려운 후반 들어 추풍낙엽처럼 선수들이 떨어져나갔다. 디섐보는 17번 홀에서 섕크를 내는 등 쿼드러플 보기를 했다. 후반에서만 8타를 잃었다. 맥캔지휴즈는 티샷한 공이 나무 위에 올라가 떨어지지 않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했다. 로리 매킬로이는 12번 홀 벙커 구석에서 친 공이 섕크가 나면서 더블보기를 했다. 켑카도 16, 18번 홀에서 보기를 했다.
존 람과 루이 우스트히젠이 끝까지 버텼다. 존 람은 첫 두 홀에서 버디를 했다. 그러나 이후 거의 완벽한 롱게임을 점수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퍼트가 홀을 살짝 살짝 외면했기 때문이다.
조바심이 날만 했지만 잘 버텼다. 다른 선수들이 보기와 더블보기로 무너지는 후반 들어서도 점수를 지켰다. 17번 홀 내리막 슬라이스 퍼트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지만 이를 쑥 넣었다. 람은 어퍼컷을 날리며 기뻐했다.
18번 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역시 내리막 슬라이스 퍼트. 이것도 똑같이 홀에 집어넣었다.
선두를 달리던 우스트히젠은 17번 홀에서 티샷을 당겨쳐페널티 구역에 들어가는 바람에 보기를 했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했지만 이미 승부는 끝난 뒤였다.
존 람은 올해 아버지가 됐다. 4월 마스터스 직전이었다. 그러나 악몽도 겪었다. 지난 6일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6타 차 선두로 3라운드를 마쳤다. 세계랭킹 3위인 존 람이 6타 차 선두라면 우승은 90% 확실한 것이었다.
그러나 라운드를 마친 후 코로나 19 확진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PGA 투어의 방역수칙에 따라 곧바로 격리에 들어가야 해 마지막 라운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잭 니클라우스 주최의 권위 있는 우승컵이었고, 우승 상금이 20억원 가까웠는데 그걸 날렸다.
존 람은 "사건 이후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확진 판정 이후 US오픈 출전 신청 기한을 맞추기가 어려운데 일이 잘 풀려 출전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운명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샌디에이고는 고향과 날씨와 바다 등 주위 환경이 비슷해 항상 올 때마다 행복했다"고 말했다.
존 람은 아버지가 되어 첫 번째 맞은 아버지의 날에 메이저 우승자가 됐다. 스페인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세베바예스트로스와 호세 올라사발이 마스터스와 디 오픈에서 우승했다. US오픈에서 스페인 선수의 최고 성적은 2000년 US오픈에서 미겔 앙헬 히메네스다. 공동 2등이었지만 당시 타이거 우즈와 15타 차이가 나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루이 우스트히젠은 2010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 우승했다. 이후 여러 차례 우승 기회가 있었다. 특히 2012년 마스터스는 챔피언조에서 출발해 2번 홀에서 앨버트로스를 하는 등 앞서갔지만 버바 왓슨에게 역전패했다. 우스트히젠은 마스터스 2번, US오픈 2번 등 모두 6차례 메이저대회에서 2위를 했다.
임성재는 5오버파 공동 35위, 김시우는 6오버파 공동 40위로 대회를 마쳤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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