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강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데모하는 학생들과 가두진출을 막는 전경들이 교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야 가끔 보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그때의 그 착잡했던 심경을 잊을 수 없는 것은, 교문 안쪽에서 열심히 소리를 외쳐대는 학생과 이들의 진출을 막기 위해 방패를 들고 서있는 대열중의 한 전경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하던 학우였기 때문이다.
왜 같은 학과의 학우가 교문의 안과 밖에서 대치하고 있어야 하는가? 이는 먼 훗날 역사가 증명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시대의 아픔이요 암울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처한 현상적 입장이야 학생이든 전경이든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며 우리의 민족사를 이끌고 나아갈 내일의 주인공들이 아닌가.
순리에 따라 지성과 덕성으로 시대적 사명을 다해줄 것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 수경의 작품을 대하니 문득 이러한 생각이 떠오른다.
김태성의 <향수>는 차마 할 말을 다 못하는 그리움의 정서를 내보이고있다. 향수란 인간 본연의 정서일 것이다.
김창현의 <녹두꽃>은 전봉준의 동학혁명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농부의 순박한 삶이 겹쳐 공감을 준다.
권난희의 <시인연습>은 곧 삶의 연습이라 할 수 있겠다. 삶이 연습은 될 수 없지만 현실적 삶의 모습을 시작을 통해 보여준 시조라 하겠다.
이인수의 <땅따먹기>는 유년의 추억을 제재로 하여 현실적 의미(세태)를 투영한 시사적 인 작품이다.
현대시조는 삶의 현실성이 깃들여 있어야 한다. 독자들은 이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김제현<시조시인·장안대교수>시조시인·장안대교수>땅따먹기>시인연습>녹두꽃>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