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 태광산업선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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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롯데쇼핑과 ㈜경방이 2일 우리홈쇼핑 인수계약을 했다. 롯데가 인수한 우리홈쇼핑 지분은 경방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30.16%에 우호지분 22.87%를 합친 53.03%이며 인수가격은 주당 11만원씩 4667억원이다. 이로써 롯데는 우리홈쇼핑의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인수하게 됐다. 롯데쇼핑은 우리홈쇼핑의 설립 취지에 맞춰 중소기업 육성에 기여하는 한편 소비자 보호, 방송의 공적 책임 구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고용을 승계해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그러나 우리홈쇼핑 지분 46%를 갖고 있는 태광산업과 협상을 남겨놓고 있다. 국내 최대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가입자수 300만 명)를 소유하고 있는 태광산업의 도움 없이는 롯데의 홈쇼핑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태광산업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태광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이화동 태광산업 사장이 "우리를 배제한 인수계약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또 "태광산업이 도와주지 않으면 롯데홈쇼핑은 존재가 불가능하다"며 "적대시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우호적으로 도와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롯데는 향후 태광산업과의 협상에서 상당한 양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 관계자는 "태광산업도 대주주인 이상 일부 경영에 참여토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태광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회사를 원만하게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 회장도 곧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의 동생이자 태광산업 이호진 회장의 장인인 신선호 산사쓰식품 회장과 만나 태광산업의 협조를 얻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또 앞으로 태광산업과의 협상과는 별도로 방송위원회의 최다주식 소유자 변경 승인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롯데는 방송위와 공정위 승인을 자신하고 있지만, 이번 지분인수 승인심사는 경영권 변동이 걸려 있어 강도 높은 심사가 예상된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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