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직원 살빼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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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기업들이 직원들의 '살빼기 전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통신회사인 스프린트는 캔자스시티 인근에 신사옥을 만들면서 직원용 주차장을 사옥에서 8백여m 떨어진 바깥에 설치했다. 이 회사에서 일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매일 주차장과 사무실 사이를 왕복하도록 만든 것이다.

더구나 이 신사옥의 엘리베이터는 수압으로 작동돼 느리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다. 급하면 계단을 걸어 오를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 운동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취지다. 대신 계단에는 외부 전경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를 설치해 걷기를 유도했다. 유니언 퍼시픽 철도회사는 아예 일부 비만 직원들에게 체중 감량제를 처방해 줬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캐피털힐사는 구내 식당을 사옥 중간이 아닌 맨 끝부분에 만들었다. 이 건물을 설계했던 짐 카터는 "이 사옥에서는 걸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먹으려면 걸어라'는 취지다.

기업들이 개인 문제인 비만에까지 신경을 쓰게 된 것은 비만으로 인한 비용이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니언 퍼시픽의 경우 직원 4만8천명 중 약 54%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직원들의 질병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비만 직원 비율을 1% 낮추면 약 1백70만달러의 경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만 해결이 쉽지 만은 않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유니언 퍼시픽에서 15년 전 사원들을 대상으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흡연율이나 고혈압 환자 비율은 떨어졌지만 비만율만은 1990년 40%에서 더 늘었다는 것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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