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폭 서사시 일본서 출판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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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히로시마 원폭 사건으로 희생된 조선인을 애도한 고형렬(52) 시인의 시집 '리틀보이'가 일본에서 2일 번역.출간됐다.

일본의 시 전문 계간지 '콜삭'(COAL SACK)은 5일 오후 2시30분 히로시마현립 생애학습센터에서 '리틀보이' 일본어판(사진) 출판기념회를 연다. 고형렬 시인도 '콜삭'의 초청으로 행사에 참석한다. 6일은 56년 전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졌던 날이다.

'리틀보이'는 8000행이 넘는 초대형 서사시로 광복 50주년인 1995년 서울에서 출간됐다. 차별과 가난에 시달리다 원폭에 희생되는 재일교포 소년 김중휘가 주인공이다. '콜삭'은 2000년 이 작품의 연재를 시작했다. 원폭 문제를 다룬 한국시인의 시가 일본에 소개된 첫 순간이다.

그리고 '콜삭'은 올 2월 단행본 출간을 결정했다. "'리틀보이'의 내용과 분량이 일본시인의 원폭 소재 문학보다 단연 압도적"(스즈키 하사오 '콜삭' 발행인)이었기 때문이다. 번역은 한국 번역가 한성례(50)씨가 맡았고, 책 표지는 혼다 히사시 시인이 디자인했다. 시집은 모두 1000부 찍었다.

출판기념회에는 일본의 주요 시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일본 최고 권위의 시 문학상인 H씨상 수상자 혼다 히사시, 나쓰오카 마사노리 시인을 비롯해, 시 전문 문예지 '시토시소'의 사가와 아키 편집위원, H씨상 심사위원 시바다 산키치가 나온다. 행사 사회는 히로시마의 재일교포 시인 이미자씨가 맡는다. 고형렬 시인은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해 히로시마에서 '리틀보이'를 출간했다는 건 매우 의미 깊은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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