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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희귀 혈전, 서구 20분의 1...어떤 백신이든 안심하고 맞아달라"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지난달 31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지난달 31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12%를 넘어선 가운데, 여전히 접종 후 이상반응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60~74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마감을 하루 앞둔 2일 0시 기준 예약률은 74.9%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AZ 백신의 극히 드문 부작용인 '희귀 혈전증' 국내 예상 발생률은 서구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각국에서 희귀 혈전증 의심사례 신고가 이어졌던 접종 초기와 달리 지금은 진단·치료방법이 확립돼 있는 만큼 어떤 백신이든 안심하고 맞아도 좋다며 적극적인 접종을 당부했다.

나상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2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 관련 전문가 설명회’에서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사례에 대해 설명하며 “3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지속해서 (백신 접종) 이득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는 전문가들이 언론을 대상으로 이상반응 관련해 설명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자리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감염 취약시설에서 일하는 30대가 AZ 백신을 맞은 후 TTS가 발생했다. TTS는 유럽의약품청(EMA)과 우리나라에서 AZ 백신의 이상 반응으로 인정하는 질환이다.

나 교수는 “우리나라는 100만명당 0.48건, AZ 백신 접종 후 2주 이상 지나간 200만 명 중 1건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유럽이나 미국 평균보다 5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 낮은 빈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교수는 “미국은 조기 진단을 통해 (TTS) 치명률이 0%이고 우리나라도 진단 방법과 치료법을 공유했다”며 “어떤 백신을 맞아도 마음 편하게 맞아도 좋다”고 덧붙였다.

나 교수는 30대 이하에게 AZ 백신 접종을 제한한 것 관련해서는 “좀 더 검토해야 하나 연령 제한은 현행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급성 심정지 등으로 급사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접종 대상자들이 불안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설명회에 나선 정성필 연세대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급성 심정지는 꾸준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이틀 만에 멀쩡하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외삼촌도 같은 날 돌아가셨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올해 83세인 어머니가 지난달 20일 화이자 2차 접종을 한 후 이틀 만인 5월 23일 오후 5시쯤에 갑자기 심정지 상태가 돼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5월 24일 결국 숨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질병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9구급대가 이송한 병원 밖 급성 심정지 발생 건수는 3만782건이다”며 “젊은 연령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정지가 매년 발생해 백신과 연관성은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의 급성 심정지 발생 건수를 연령대별로 보면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심정지 위험은 커졌다. 30대는 10만명당 7명에 불과하지만 75~79세는 10만명당 145.9명, 80~84세는 10만명당 123.4명에게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으로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주장도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 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다른 감염이 발생한다거나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전부 오해다”며 " 백신은 면역 억제제나 항암제가 아니다. 백신 접종 후 면역반응으로 열이 나거나 근육통이 생길 순 있지만,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는 감시 시스템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상 반응을 적극적으로 신고해서 자료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검토한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불필요한 오해 줄이고 백신 기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이틀 동안 백신을 맞은 뒤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고 신고한 신규 사례는 2222건이었다. 이는 지난달 31일 신고한 신규 사례인 773건보다 3배나 많은 수치다. 날짜별로는 31일 1271건, 1일 951건으로 이 가운데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의심 신고 사례는 8건(AZ 7건·화이자 1건)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1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에게 백신을 접종 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1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에게 백신을 접종 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특별 관심 이상 반응 사례나 중환자실 입원, 생명 위중, 영구장애 및 후유증 등의 사례를 아우르는 주요 이상 반응 사례는 117건 늘었고, 나머지 2087건은 일반 이상 반응이었다.

사망 신고는 화이자 백신 접종 9건, AZ 백신 접종 1건 총 10건 늘었다. 이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70~74세 1명을 제외한 9명은 모두 화이자 접종 대상인 75세 이상 고령자였다. 10명 가운데 8명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고 다른 2명은 기저질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접종 후 사망까지 기간은 짧게는 2일, 길게는 16일이었다.

누적 이상 반응 중 사망 사례는 총 192건으로 화이자 백신 126명, AZ 백신 66명이다. 다만 이는 이상 반응 신고 당시 사망으로 신고된 사례로 애초 경증 등으로 신고했다가 상태가 나빠져 사망한 경우를 포함하면 총 258명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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