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학교 급식용 육류 `방사선 살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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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급식에서 식중독을 예방할 수 없을까.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방사선을 식품에 쪼여 식중독균을 멸균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학교 급식 때 식중독 사고를 막기 위해 2004년 1월부터 소고기 등 육류와 햄버거에 방사선을 쪼여 멸균한 뒤 국공립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급식에 방사선을 쪼여 공급한 학교에서 아직까지 식중독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육류뿐 아니라 굴 등 어패류를 포함해 55가지 식품에 방사선 조사(照射)를 허용하고 있다. 한 마리의 병균도 큰 말썽을 일으킬 수 있는 우주인용 식품은 전량 방사선으로 멸균한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선이용연구부 변명우 박사는 "방사선을 식품에 쪼이면 그 속에 들어 있는 미생물은 완전히 죽기 때문에 식품의 안전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웰빙 방사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비자단체의 반대와 농림부.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 부처 간 이견으로 식중독을 잘 일으키는 식품인 육류에 방사선을 쪼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방사선 조사가 허용된 식품은 양파.된장.고추장, 마른 채소류 등 26개 품목으로 식중독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 프랑스 41개, 러시아 52개, 영국 43개 품목에 비해서도 허용 품목 수가 적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육류에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14개국에 이른다. 변 박사는 "방사선 멸균을 할 경우 추가되는 비용은 제품 최종 가격의 1~2%에 불과하다"며 "방사선을 방사능 물질과 혼동해 꺼리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식중독 예방법은 방사선 멸균"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쇠고기 1㎏을 방사선 멸균했을 경우 2~3센트(20~30원)가 든다는 것이다. 방사선을 식품에 쪼이면 그 속에 들어 있는 병원균의 DNA가 끊어져 죽고 만다.

그러나 방사선이 식품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방사선 멸균법은 식품의 영양 파괴를 최소화하고, 알레르기 물질도 없앨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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