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의 행복 `어금니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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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을 때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건 어금니다. 아무리 잘 먹어도 소화를 제대로 시켜야 건강에 보탬이 된다. 그러려면 먼저 입에 들어온 음식을 잘게 부숴야 한다. 그래야 음식물 표면적이 넓어져 위와 장을 거칠 때 소화효소 효과가 극대화된다. 어금니가 한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되는 대목이다. 어금니가 건강해야 식생활이, 더 나아가서는 생활자체가 풍요롭게 된다.

첫 어금니는 만 6세 때 올라온다. 이때부터 어금니를 잘 돌봐야 '먹는 삶'이 즐거워진다. 어금니는 만 12세 및 만 20세 전후에 또 솟아난다. 나이가 들면서 어금니는 위기를 맞는다. 그때마다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첫 어금니

= 음식물을 씹을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큰 어금니다. 만 6세 쯤부터 시작해 평생 사용한다. 이를 닦을 줄 아는 아이들도 잇속 깊숙이 있는 어금니를 처음부터 잘 닦기는 힘들다. 잘 닦이지 않는 탓에 충치가 생기기 쉽다. 만약 어렸을 때 이 치아가 심한 충치로 인해 뽑히게 되면 성인이 됐을 때 그 뒤쪽의 어금니가 앞으로 쓰러지는 등 상황이 심각해진다. 그래서 부모가 수시로 자녀의 입 안을 주의깊게 살펴 첫 어금니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물론 올바른 치솔질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최근 첫 어금니를 보호하기 위해 합성수지 일종인 실란트로 치아홈을 메워주는 부모들이 많다.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 충치가 발생할 소지가 큰 어금니 윗면의 홈을 실란트로 메우는 이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아프지 않다.

◆사랑니는 어금니

= 만 20세 전후부터 나올듯 말듯 하면서 애먹이는 어금니다. 사랑을 알 만한 나이에 생긴다하여 사랑니라고 부른다.

사랑니는 음식 문화의 발전과 함께 퇴화된 치아다. 과거 인간은 거친 음식 밖에 먹을 게 없어 많이 씹어야 했기에 턱뼈가 발달했다. 당시 턱뼈엔 마지막 어금니(사랑니)가 정상적으로 나올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점차 많이 씹지 않아도 소화가 잘 되는 음식물이 늘면서 턱뼈 크기는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아 크기는 턱뼈 크기가 줄어든 만큼 작아지지 않아 치아들의 자리 싸움이 벌어졌다. 그 결과 가장 늦게 생기는 사랑니는 윗부분만 살짝 나올 수 있거나 아예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잇몸 속에 파묻히게 됐다.

살짝 머리만 내미는 사랑니가 문제다. 치아 일부만 잇몸 밖으로 노출되어 그 주위에 음식물 일부가 끼기 쉽다. 입냄새가 나고, 급기야 염증을 일으킨다. 양치질을 할 때 피가 난다. 염증이 심하면 입이 안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른 어금니에게 충치를 전염시키는 등 악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하루 빨리 뽑는 것이 좋다.

◆중년의 어금니는 잇몸이 좌우

= 나이들면 잇몸질환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치주염은 세균 덩어리인 치태와 치석으로 인해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조골(이를 받쳐주는 잇몸뼈)이 파괴되는 질환이다. 흔히 풍치(風齒)라고 불린다. 치아 주위에는 세균의 집락인 치태(프라그)가 끊임없이 생긴다. 이런 치태가 닦이지 않고 오랜 기간 축적되면 돌처럼 단단한 치석이 된다. 이 치석을 방치하면 잇몸 속으로 파고 들어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잇몸뼈까지 파괴한다. 치아 자체가 빠지려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치주염 초기에는 잇몸에서 피가 나고 붓는 정도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덴트리치과 서진호 원장은 "치아가 흔들릴 정도가 돼야 치과를 방문해 치료 적기를 놓치기 일쑤"라며 "결국 치과에 여러번 더 와야 하고, 더 큰 통증을 느껴야 하고, 치료비도 많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성인들 대부분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치과가기를 싫어한다. 그 이유는 통증을 겁내기보다 바쁜 일상 중에 일주일에 2~3회 꼴로 가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잇몸 치료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치과에 가면 된다. 치아는 한 개씩 치료를 하고 그 치아(잇몸)의 자연치유력을 살펴가며 치료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또 요즘 치과들은 예약 문화가 정착돼 치료에 많은 시간을 뺏지 않는다.

잇몸질환 예방은 치석 제거가 필수다. 스케일링을 6개월 한번씩 해야 한다. 치석을 방치해 잇몸 속으로 파고 들었을 때는 국소 마취 후 치석을 제거하는 수술(치근활택술.치주소파술)을 받아야 한다. 정도가 심할 경우 잇몸을 절개하여 치석을 제거하고 다시 봉합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같은 상황까지 가지 않으려면 잇몸 질환이 의심될때 일찌감치 치과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돈을 절약하고 시간도 아끼는 지름길이다.

◆결국 어금니가 빠졌을때 어찌 하나

이처럼 소중한 어금니가 빠졌을 경우 어떻게 해야하나.

과거에는 대부분 브릿지나 틀니를 했지만 최근엔 임플란트(인공치근)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브릿지(bridge)는 빠진 치아의 양쪽 건강한 치아를 깎아 함께 보철(補綴)을 씌우는 것으로 보통 '이를 씌운다'라고 말한다.

임플란트는 인체에 무해한 티타늄으로 만든다. 임플란트를 턱뼈에 세우고 일정 기간 지나면 잇몸뼈와 임플란트사이에 융합이 일어나 단단하게 고정된다. 이 임플란트에 인공치아를 만들어 붙이면 본래 치아와 같은 모습과 기능을 갖게 된다. 1965년 첫 시술이후 안정성과 효능이 검증됐다.

임플란트는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브릿지처럼 인접한 치아를 손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치아 수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둘째, 씹는 힘이 자연 치아에 가까워 음식물 소화가 쉽다. 세째, 이가 빠진 후 잇몸뼈가 함몰되는 것을 방지해 준다. 네째, 치아는 한번 빠지면 재생되지 않지만 잇몸뼈는 골이식을 통해 다시 만들 수 있어 임플란트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술할 수 있다.

덴트리치과 서진호 원장은 "임플란트는 상대적으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다른 보철치료에 비해 수명이 훨씬 길어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돈이 적게 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임플란트 수술은 오래 걸리지 않고 큰 통증도 없다.

임플란트는 다른 보철재와 달리 반영구적이다. 그러나 유지 관리를 소홀히 하면 임플란트를 둘러싸고 있는 잇몸에 치태나 치석이 쌓여 자연 치아와 같은 치주질환이 발생한다. 이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임플란트를 둘러싼 잇몸뼈가 파괴돼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때문에 임플란트는 잘 심는 것뿐 아니라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철저한 구강위생과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필요하다. 일부 치과에선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환자에게 임플란트 검진 등을 알리는 특별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움말=덴트리치과 서진호 원장(02-3443-2877)
자료=덴트리치과 홈페이지(www.dentree.co.kr)

▶서진호 자문의 약력
-현 덴트리치과 원장
-서울대 치과대학 졸업
-삼성서울병원 치주과 레지던트 수료
-대한치주과학회 정회원
-대한구강악안면 임프란트학회 정회원
-미국임프란트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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