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니코틴`이 금연보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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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끊으려는 분들, 금연보조제 사용에 좀 더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식품업체가 맹물에 니코틴을 섞어 만든 '금연수'를 팔다 적발됐습니다. 인터넷과 다단계 조직을 통해 판매됐던 '기꼬니코 워터'란 제품입니다.

이 업체는 500㎖ 한 병당 3.5mg, 그러니까 레종 담배 반 갑(개비당 0.3mg)에 함유된 것보다 많은 니코틴을 넣어 팔았다고 합니다. 미 하버드대의 임상실험,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등을 거친 금연보조제인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도 버젓이 했습니다.

이 업체가 방문판매와 인터넷에서 판 게 12만4000병, 시가로 2억4890만원어치나 된다 하니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 음료수엔 일반세균도 기준치의 1만 배가 넘게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거의 상한 수준입니다. 독극물로까지 분류되는 니코틴의 해독 때문에 금연하려던 분들이었을 텐데, 이런 '금연수'를 마셨다면 차라리 담배를 끊지 않는 게 나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금연보조제에 니코틴이 들어있긴 합니다. 니코틴이 들어있지 않은 의약외품은 담배처럼 피우는 궐련형 금연보조제, 일명 '금연초' 등 일부에 불과합니다.

피부에 붙이는 패치나 금연껌, 빨아먹는 알약인 트로키류엔 니코틴이 들어있습니다. 중독성이 강해 기존의 흡연자들이 계속 담배를 피우고 싶게 만드는 니코틴을 체내에 지속적으로 소량 공급해줌으로써 흡연욕구를 감소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의약품'입니다. 대부분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쉽게 살 수는 있지만, 심장박동 증가나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용법이나 용량 등을 반드시 지켜야만 합니다.

또 이런 금연보조제를 쓰는 상태에서 '한 대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담배를 피운다면 니코틴 과다로 쇼크가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건강 때문에 담배를 끊으려다 오히려 해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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