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중년 여성 4명의 ‘젊게 사는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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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童顔) 바람’이 거세다. 지난 설 연휴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46세 동안 아줌마’가 기폭제가 됐다. 어려보이고 싶은 욕망은 사실 모든 어른의 오랜 꿈이 아니었던가. 그 비결을 묻기 위해 또래보다 유달리 어려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는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정혜영·변정민 등 연예인들의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유명해진 권형민(44) 웨딩와이즈 대표, 어머니(디자이너 진태옥)의 대를 이어 톱 디자이너 자리에 오른 패션디자이너 노승은(47·㈜진태옥 이사)씨, 아베다 화장품 등의 국내 호텔 납품을 담당하는 최인숙(54) 마리 인터내셔널 대표, 미술품 전시 기획자이자 서울교대 미술교육과 겸임교수인 안지영(40) 뮤제아시아 대표가 그들이다.
이미 ‘성공한 여성’ 반열에 올라 이래저래 부럽기만 한 이들이 유쾌하게 털어놓은 ‘젊게 사는 비법’은 어떤 것일까.

# “내 앞에 있는 거나 잘하자” 일어나지도 않은 일, 걱정은 왜 해요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결론이 나왔다. 네 사람 모두 '걱정 안하기'를 첫째 비결이라며 입을 모았다. 나이 사십이면 제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게 정설 아닌가. 한마디로 정신이 건강해야 외모도 빛이 난다는 것이다.

"제가 원래 단세포적으로 살아요.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즐기자. 한마디로 아메바죠, 아메바. 으하하."

호탕하게 웃는 권 대표. 6년 전 큰아들이 고3이 되던 해에 서울 광장동 아파트에서 경기도 분당 끝자락의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대책 없는 엄마'다.

반면 노 이사는 한때 결벽증이라 생각될 정도로 소심한 시절이 있었단다.

"전 6.25세대도 아닌데 이상하게 전쟁 공포가 있었어요. 첫애를 낳고 회사에 나가서는 '만약 지금 전쟁이 나면 어떻게 집으로 가지?'하고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랬던 그가 "이젠 내 능력 밖의 걱정은 안 해요. '네 앞에 있는 것만 잘해'라고 끊임없이 주문하죠"라고 고백하게 된 데는 종교의 힘이 컸다. "계획한 일이 뜻대로 안 될 때마다 속을 끓이곤 했어요.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니 저절로 낙천적인 성격이 되더라고요."

쉰넷이라고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최 대표도 "나도 기분 안 좋은 일이 생길 땐 '이 일에 휘둘리지 말자''내 페이스를 잃지 말자'고 다짐한다"며 거든다.

안 대표는 마음 다스리기를 위해 명상의 덕을 봤다. 6개월 전부터 서울 청담동 명상센터 '아현'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현'은 LS그룹 구자홍 회장의 외동딸 지현씨가 운영하는 곳. "하루 한 시간씩 좌선 자세로 단전호흡을 하며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가 없어져요. 변비도 없어지고, 피부도 좋아졌고요."

# “뭔가에 한번 빠져보셨나요” 늦둥이에, 스포츠에, 일에 푹 빠져

뭔가 몰두할 게 있다는 것. 그게 젊게 사는 두 번째 비법이었다.
노 이사는 요즘 28개월 된 셋째 아들에게 흠뻑 빠져 산다. 마흔다섯에 얻은 늦둥이다. “암 환자라도 얘를 키우면 병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애가 예뻐요. 엔돌핀이 솟아나는 걸 느끼겠다니까요.” 아이와 노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7년을 계속해온 아침운동도 중단했을 정도였다. “두 달 전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 ‘가족을 위해 내가 건강해야겠다’고 생각해서지요.”
안 대표는 스포츠광이다. 한 달에 서너 번은 암벽 등반 장비를 챙겨 인수봉에 오른다. 또 기회가 되는 대로 레저 스포츠를 즐긴다. 올 겨울만 해도 네팔에 가서 패러글라이딩을 했고, 헬기에서 뛰어내려 곧바로 스키를 타는 ‘헬리스키’을 하러 일본을 찾았다.
한편 권 대표는 전원생활의 재미에 빠진 모양이다. “늘 바빠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개밥부터 줘야죠. 메주 쒀서 된장·간장 다 담가 먹고요. 가을이면 내가 기른 야채로 김장해서 봄까지 먹어요. 맨발이 흙에 닿는 기분도 얼마나 좋은데요.”
물론 ‘일’도 이들에겐 몰입할 대상이다. “사업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성취감이 주는 희열도 상당해요. 그 기쁨의 파장이 스트레스를 날려주거든요.”

# “하체는 굵은 게 좋다니까” 날씬하기만 하면 뭐해, 건강해야지

물론 젊음의 근원은 건강이다. 네 사람 모두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인스턴트 음식 먹지 않기 ^물 많이 마시기 등 ‘교과서적’인 수칙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 권 대표는 하루종일 물병을 손에 놓지 않을 정도로 물을 많이 마셔 ‘금붕어’란 별명을 얻었고, 최 대표는 매일 아침 40분씩 달리기를 하고, 노 이사는 아이들에게 허락없이는 절대 라면을 못 먹게 한다.
겉모습보다 속 건강을 더 챙기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아세요? 하체가 굵은 사람이 성인병에 안 걸린데요.” 하체 근육의 역할을 강조하며 노 이사가 먼저 말을 꺼내자 모두 “맞아, 맞아”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최 대표는 ‘저주받은 하체’운운하는 요즘 세태를 “잠깐 그러다 말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사실 아름다움이란 게 정형화된 게 아니잖아요. 속에서 우러나는 분위기와 기품, 이런 게 사람을 아름다워보이도록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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