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일부 교수 건의문<요약>

중앙일보

입력

<총장님께 드리는 글>

저희 서명 교수들은 과학자의 양심을 믿는 생명과학 관련 전문가로서 그동안 황우석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2005년 Science)의 진위 문제에 대하여 예의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중략> 이 시점에 저희는 과학의 진실성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간곡한 요청을 드리고자 합니다.

1.세계 유수의 대학에서는 상설의 '과학진실성위원회'를 두고 내부 제보의 창구 역할을 하며 과학자의 연구 윤리에 대한 감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에 저희는 총장님께서 우리 과학의 진실성이 담보될 수 있는 시스템을 서울대 내에 확립해 주실 것을 건의드립니다.

2.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 진위 문제가 국내외적으로 제기된 이상, 이것을 여론에 편승한 감정적 애국주의로 덮을 문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논문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 반드시 진상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국제적 관례며, 일차적인 조사 주체는 해당 연구자의 소속기관입니다(현재 도쿄대의 다이라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도 자체 진상 조사가 진행 중임). 미국의 경우 의혹이 제기된 연구에 관련된 각종 기록과 증거를 연구자가 제시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집니다(미 보건성 산하 과학진실성위원회 규정). 복제 양 돌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연구 논문에 대한 진실성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연구 당사자들의 협조 아래 철저한 과학적 재검증을 거쳐 의혹을 해소한 바 있습니다. 서울대가 대학 차원에서 과학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황 교수팀의 논문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재검증하는 것만이 향후 서울대에서 수행되는 모든 연구가 국제적 신뢰를 잃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중략>

3. 저희는 황우석 교수팀의 환자 맞춤 줄기세포에 관한 사이언스 논문의 내용이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황 교수팀의 논문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단순한 편집상의 오류라고 보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합니다. 이미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줄기세포 사진뿐 아니라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 분석 데이터 중 상당수가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은 진실만이 생명입니다. 지금 우리가 침묵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과학이 국제적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이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중략> 이러한 시점에서 핵심 당사자인 서울대의 자체 진상 조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총장님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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