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난자기증, 국제과학계 왜 문제 삼나

중앙일보

입력

황우석 교수팀에 쏠리는 '윤리의혹'의 핵심은 소속 연구원이 줄기세포연구에 사용된 난자를 제공했는지 여부이다.

지난 2004년 5월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네이처'지가 물고 늘어지는 것도 이 부분이다.

왜 황 교수팀에 참여한 연구원은 난자를 기증해서는 안될까. 인류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명감에서 자신을 희생해 가며 난자를 내놓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한국의 일반적 정서상 국제 과학계가 윤리라는 잣대로 이를 문제삼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국제사회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학연구의 윤리원칙으로 받아들이며 금과옥조처럼 지키고 있는 '헬싱키 선언'은 인체를 이용한 의학 연구에 있어서 연구대상 개인의 이익과 복지는 과학적, 사회적 이익보다 항상 우선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선언은 또 "그 어떤 국가의 윤리적, 법적 요구와 규제 사항도 피험자의 보호를 위해 이 선언문에 제시된 사항을 축소하거나 배제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 선언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생명과학 연구 대상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1964년 만들어졌으며, 지난 2000년 개정되는 등 몇 차례의 개정작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선언은 제23항에서 "시험 수행에 대한 동의를 얻을 때 의사는 피험자가 자기에게 어떤 기대를 거는 관계가 아닌지 또는 그 동의가 어떤 강제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만일 그런 경우라면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 피험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연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의사가 (피험자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네이처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 교수팀을 몰아세우며 공격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는 대목이 바로 이 조항이다.

이 조항을 놓고 미묘한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엄격하게 따지는 생명윤리계쪽에서는 이해관계가 있는 소속 연구원을 피험자, 즉 연구대상으로 참여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황 교수팀 여자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했다면 이는 명백히 헬싱키 선언을 어겼다는 것이다.

반면 좀더 융통성있게 해석하는 쪽에서는 엄밀하게 말해 이 조항 어디에도 여자 연구원이라고 해서 피험자로 참가해서는 안된다는, 즉 난자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은 없다고 풀이한다.

이 조항 마지막 부분에도 나와 있듯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제3의 심의기관에 의해 적절한 검토와 평가, 심의 과정을 거칠 경우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제3의 기관 역할은 인간배아 연구팀의 연구계획서 전반의 윤리문제를 스크린하는 의료기관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에서 맡고 있다.

가령 연구자가 피험자로 연구에 참여할 경우 IRB에서 ▲암묵적인 강압에 의한 것은 아닌지 ▲연구자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올 것을 예상하고 연구대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닌지 ▲연구자가 피험자로 참여해 위험을 감당할 만한 과연 가치있는 연구인지 등 연구의 적정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류이익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여자 연구자의 피험자 참여를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2월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지에 줄기세포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을 기고할 당시, 황 교수팀은 16명의 기증자로부터 총 242개의 난자를 기증받아 사용했으며 이런 연구내용 전반에 대해서는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위원회의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쳤다고 밝혔었다.

또 당시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문일 교수도 "난자 확보에 윤리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했었다.

정말 황 교수팀의 주장대로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 연구가 진행됐다면, 여자 연구자가 난자를 기증했다손 치더라도 연구에 '하자'가 있을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제 과학계가 받아들이는 보편적 정서는 이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다.

통상적으로 인간배아연구에 직접 관계된 여자 연구원이 자신의 이익이나 강압에 의하지 않고서는 연구에 참여할 리 없으며, 여태껏 인공임신수정 등 '의료적 목적'으로 여자 연구원이 자신의 난자채취에 동의한 적은 있으나 세계적으로 '연구용'으로 고통이 따르는 난자를 제공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11월에 공포된 우리나라 '의사윤리지침'도 "인공수정에 필요한 정자와 난자를 매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의사는 그러한 매매 행위에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한국생명윤리학회 부회장)는 "네이처와 섀튼이 지적한 문제는 난자의 출처에 관한 것으로 모든 윤리의혹은 황 교수팀 연구를 승인한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위원회의 심의자료를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다"며 "무슨 이유로 공개를 꺼리는지 모르지만 하루 빨리 한양대병원 IRB는 황 교수팀 연구에 대한 심의자료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와 함께 "한양대병원의 IRB 자료가 공개되면 보건복지부 등 상위기관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당시 IRB심의가 투명하게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등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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