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특허 유예조치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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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대재앙이 닥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유일한 조류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대한 특허 유예 조치가 필요하다."

24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조류독감 대책회의에 참가한 30개국 보건장관 가운데 일부가 이렇게 주장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조류독감에 신속히 대처하려면 타미플루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풀어 다른 제약사들도 이 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 등은 2003년 세계무역기구(WTO)가 '나라 전체에 위생 위기가 발생할 경우 해당 국가는 국제특허를 무시할 수 있다'고 한 결정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은 없다. 그러나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아시아에 이어 유럽 곳곳으로 확산되자 특허권을 깨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24일 타미플루 특허권을 갖고 있는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와 계약하지 않고 이 약을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로슈의 특허권을 무시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인도의 시플라 제약사가 항(抗)바이러스제를 만들어 연말에 출시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로슈는 이날 "2016년까지로 돼 있는 타미플루 특허권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며 "각국이 특허권 없이 자체적으로 타미플루 복제약을 생산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로슈의 대변인은 "타미플루를 생산하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각국이 타미플루를 제조하려면 10년 동안 이 약을 생산해 온 로슈와 협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경우 국립의료연구소가 얼마 전 타미플루의 복제약을 생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보도했으나 로슈의 대변인은 "대만이 타미플루 제조법을 제대로 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이 만든 약은 타미플루와 화학적으로 동일하며 순도가 99% 이상이다.

그러나 임상시험이 실시되지 않아 효능은 미지수다. 오타와 회의에 참석 중인 이종옥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5일까지 열릴 이번 회의에선 선진국들이 보유한 타미플루의 10%를 빈국을 위해 쓰도록 하자는 멕시코 제안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선진국은 "10%는 너무 많으며 5%가 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조류독감 확산 일로=20일 중국 안후이(安徽)성의 닭과 오리 등에서 H5N1형 조류독감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당국은 반경 4㎞ 안의 가금류 4만5000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14만 마리에 예방접종을 했다.

AP 통신도 인도네시아 서(西) 자바주 보고르에 사는 23세 청년이 조류독감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러시아 의학아카데미 산하 독감연구소는 25일 연방회의에 출석, "내년 봄에는 H5N1형을 포함, 새로운 변종 조류독감이 러시아에 퍼져 서 시베리아 지역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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