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물백신' 수만명에 접종 적발

중앙일보

입력

유효기간을 넘겨 약효가 없는 독감백신을 기업체 직원과 학생 등 7만여명에게 접종하고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무면허 의료업자가 적발됐다.

경찰은 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 의료도매업자나 병원 관계자 등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7일 유효기간이 지난 이른바 독감 '물백신'을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여 수만명에게 접종하는 수법으로 수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이모(59)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5일 경기 일산 A백화점 직원 250명에게 유효기간이 한달이 더 지난 B제약사의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등 7만5천여명에게 접종하고 5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씨는 작년 9월 서울 C여고 학생 300여명에게도 물백신 접종을 하고 최근 서울 모 대기업 직원들에게도 주사를 놓아 주는 등 90년부터 대기업 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15년간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씨는 올 6월 경기도 D초등학교에 보건 전문기관이 만든 것처럼 꾸민 건강검진 안내문을 보내 학생 170여명을 상대로 비만검사를 하는 등 1만7천여명에게 무면허로 건강검진을 해주고 2억5천여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또 서울과 경기 지역 의료도매업체 등 명의로 유명 제약업체에서 만든 독감백신을 구입해 3천600여명분의 의약품을 23개 업체에 판매하거나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씨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4년 독감백신 우선접종 대상 범위 확대로 백신 품귀현상이 일어나 수요가 많을 것을 알고 백신을 사재기함으로써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씨가 백신 구입 및 예방접종 안내문 위조 과정에서 의약품도매회사 및 병원 관계자와 공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독감백신은 보통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당해연도 발생할 독감 바이러스 유형을 예측해 이에 맞춰 생산되며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효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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