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검사결과 식약청-서울시연구원 큰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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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김치의 납 검출량이 국산 김치에 비해 최대 5배 많다'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의 발표로 김치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0일 정밀검사 결과를 내놓고 진화에 나섰다.

결론은 중국산과 국산 김치의 납 검출량이 0.05ppm 이하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엽경 채소류 허용기준(0.3ppm)의 6분의 1밖에 안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것.

식약청은 고 의원의 이 문제를 제기한 뒤 3일 후인 지난달 28일 "고의원이 발표한 중국산 김치의 납 함유량(0.12∼0.57ppm)은 국제보건기구(WHO) 등이 정한 납 주간 잠정 섭취 허용량(PTWI)의 6.1∼28.8%에 불과해 유해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반론을 폈다.

이어 이번에는 고 의원이 발표한 수치의 10분의 1도 안되는 자체 정밀분석 결과를 근거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식약청의 정밀검사 결과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와 큰 차이를 나타내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식약청측은 자체 검사에 대해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분석을 했다는 점을 과시했다.

식품의 중금속 함유량 검사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교수에게 별도의 확인 검사를 의뢰해 자체 검사와 같은 결과를 얻었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도핑센터를 통해 두 가지 검사 방법에 대해 재차 검증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뢰성에 대해 100% 자신한다"며 "김치 같은 중요한 식품의 안전성 관련 데이터를 발표할 때에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검사했고 검사방법의 효율성을 어떻게 검증했는지도 함께 발표해야 한다"며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가 분명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식약청측은 "검사 결과가 다른 것을 검증하기 위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측에 자료공개를 요청했지만 미공개 답변을 받았다"며 고의원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측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고 의원에게 검사 수치만 제공했을 뿐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고 검사한 시료는 폐기했다"며 식약청과 고의원의 대립에서 벗어나 한발짝 물러서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식약청이 정밀 검사 결과를 내놓자 고 의원은 "납 김치 파동 이후에 채취한 샘플을 그 이전의 것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고 의원은 "김치 안전관리 자문위원회의 회의 과정에서도 식약청 조사방법의 신뢰성을 둘러싸고 위원들 간에 이의가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화 전북대 교수(식품공학)는 "근본적으로 토양에는 중금속에 오염돼 있으며 이번 검사 결과를 보면 납 검출량은 자연에 존재하는 수준"이라며 고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신 교수는 "식품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기관의 정밀검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면 어떤 것을 믿을 수 있느냐"며 이번 식약청의 정밀검사 발표를 국민이신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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