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헷갈리는 영유아 천식 이럴 땐 의심을

중앙일보

입력

"생후 8개월 된 아이가 밤새 기침을 하고 쌕쌕거릴 때는 가족이 모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힘들었어요. 모세기관지염이 천식으로 발전했다는 의사의 진단결과를 듣고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지난 11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영.유아 천식 메타포럼'. 환자 어머니 신미지씨가 천식 자녀를 둔 심정을 토로하자 장내 분위기가 자못 숙연해졌다. 소아 천식에서 영.유아를 별도로 분류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포럼의 주제.

이날 현황을 발표한 가톨릭대 의대 이준성 교수는 "2003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천식치료를 받는 소아 환자가 전체 어린이의 8.36%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 중 2세 미만 환자가 15%, 2~5세는 17%로 영.유아의 비중이 커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유아 천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발견이 늦다는 것. 감기로 알고 방치하다가 기관지염을 앓고, 이 염증이 만성화돼 천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이혜란 교수는 "염증이 기도를 좁혀 천식을 유발하는 이들 어린이는 다행히 기관지가 굵어지는 만 3세에 70~80% 호전되지만 20% 정도는 만성화되거나 성인이 돼서도 폐기능 저하와 같은 후유증을 남긴다"고 말했다.

따라서 부모의 천식에 대한 이해와 감별력은 매우 중요하다. 감기에 걸리면 꼭 기침을 하고, 기침이 10일 이상 계속되며, 비염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을 동반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천식을 앓은 적이 있고, 산모가 흡연을 하거나, 우유.계란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어린이도 발병 가능성이 크다.

가정에서 천식 영.유아를 잘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집먼지 진드기.음식.환경.날씨 등 천식 악화요인이 많으므로 이에 대한 노출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고 권장했다.

치료는 크게 염증을 조절하는 흡입제와 복용약으로 대별된다. 그러나 영.유아의 경우 흡입제는 사용이 불편해 먹는 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병원 나영호 교수는 "영.유아 천식은 폐기능 감소뿐 아니라 사망까지 이어지는 응급질환이므로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꾸준히 항염증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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