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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별 '삶의 만족도' 격차 더 벌어졌다…'삶의 질'도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삶의 만족도나 건강 상태도 소득 수준에 따라 격차가 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계청의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중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61.6%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구체적으로 월소득 600만원 이상은 66.3%인 반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은 38.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최상위-최하위 소득 간의 ‘삶의 만족도’ 격차는 27.5%포인트로 전년보다 1.9%포인트 벌어졌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최대다.

월소득 수준별 긍정적 정서 경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월소득 수준별 긍정적 정서 경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긍정적 정서경험’에서는 소득별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에서는 긍정적 정서를 경험했다는 답변이 지난해 73.3%에서 77.9%로 늘었지만, 100만원 미만에서는 같은 기간 50.8%에서 49.6%로 줄었다. 평균은 69.4%에서 70.5%로 소폭 증가했다.

경제적 요인이 이런 ‘삶의 질’ 양극화를 초래한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적 부가 개인 삶의 행복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관관계가 크다. 최근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소득 및 자산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 이상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소득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거나 급여가 깎이면서 예전처럼 소비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게 됐다”며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는 이전보다 팍팍해지고, 문화생활이나 자기계발ㆍ취미ㆍ스포츠ㆍ건강 등을 위한 소비 여력이 없어진 것이 삶의 만족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건강변화에도 양극화 양상이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건강상태를 묻는 설문조사에 4분의 3 이상(76.7%)이 전과 비교해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나빠졌다’(14.2%)는 응답이 ‘좋아졌다’(9.1%)에 비해 다소 높다.

하지만 소득 수준별로는 건강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에서 20.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좋아졌다’는 응답은 700만원 이상에서 27.7%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가구의 지난해 4분기 보건 관련 지출은 41만4396원으로 1년 새 19.7%나 급증했다. 반면 하위 20% 가구의 보건 관련 지출은 20만8932원으로 3.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마스크 구입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하위 20%의 건강ㆍ의료 관련 소비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는데, 이런 관련 소비행태 차이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강성진 교수는 “경기 불황 속에 생활필수품 물가는 오르고 있어,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저소득층이 다른 씀씀이를 줄이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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