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눈먼 형세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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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전〉 ○·이치리키 료 9단 ●·셰얼하오 9단

장면 7

장면 7

장면 ⑦=불리하면 강경 투쟁, 유리하면 부자 몸조심. 이게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실전 심리다. 지금 상황은 묘하다. AI는 백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정반대의 모션을 취하고 있다. 백1의 공격에 셰얼하오는 2를 선수한 뒤 4로 가장 안전하게 둔다. 박영훈 9단은 “지금 장면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흑이 우세하다고 볼 것이다. 셰얼하오도 마찬가지여서 최대한 안전하게 두고 있다”고 한다.

이 바람에 백에겐 승세를 굳힐 기막힌 기회가 도래했다. 그 수순은 무엇일까.

AI의 추천

AI의 추천

◆AI의 추천=AI는 백1 찌르고 3,5를 선수한 뒤 7로 돌파하라고 한다. 8급이면 둘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수순이다. 흑은 저항할 수 없다. 이때 백의 기대승률은 무려 87%. 집 차이는 17집. 그러나 이치리키의 눈엔 이 수순이 들어오지 않는다.

실전진행

실전진행

◆실전진행=이치리키는 1로 붙인 뒤 3,5의 패를 걸어갔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위태로운 수순이지만 불리한 만큼 최강으로 맞서야 한다고 믿는다. 형세판단은 의사로 치면 진단과 같다. 진단이 잘못되니 처방도 턱없이 빗나가고 있다. 형세판단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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