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약선] 브로콜리 드세요 살짝 데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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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강식품을 선발할 때 늘 한자리는 비워둬야 하는 '단골 손님'이 있다. 십자화과(배추과.겨자과라고도 함) 채소인 브로콜리다. 미 국립암연구소가 최고의 항암식품으로 꼽아 주가를 더욱 높였다.

브로콜리는 각종 성인병 예방에 두루 좋다. 첫째는 암 예방이다. 인돌-3-카비놀.술포라페인.식이섬유 등 3대 항암 성분이 모두 들어 있다. 2003년 미국암협회지는 브로콜리의 인돌-3-카비놀이 전립선암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영양학회지도 브로콜리의 술포라페인이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막는 데 유용하다는 연구 논문을 실었다. 브로콜리는 또 폐암.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담배를 피우거나 육식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다.

둘째, 심장을 보호하고 혈압을 낮춘다. 혈관 건강에 해로운 지방.콜레스테롤이 거의 없고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이 풍부(100g당 128㎎)하다. 미국에서 1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브로콜리.차.양파.사과 등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으면 심장병 발생 위험이 20%나 줄어든다. 플라보노이드는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다.

셋째, 백내장을 예방해준다. 눈 주위에 유해산소가 쌓이면 백내장이 생길 수 있는데 브로콜리의 항산화 성분인 루테인.제아잔틴(눈의 수정체.망막에도 풍부함)이 유해산소를 제거한다. 미국에서 3만60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매주 두 번 이상 브로콜리를 먹는 사람은 매달 채소를 한 번 이하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백내장 발생 위험이 23%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장남수 교수).

넷째,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 뼈의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이 100g당 64㎎이나 들어있다. 게다가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C까지 풍부(100g당 98㎎)하다.

좋은 브로콜리는 꽃봉오리(머리) 부분이 짙은 녹색이거나 약간 보라색 기운이 돈다. 꽃봉오리가 노란색.회색이면 대개가 신선하지 않다. 줄기는 아삭아삭한 것이 상품이다. 꽃봉오리보다 줄기가 영양가가 더 높다.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하므로 줄기도 버리지 않고 먹어야 한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브로콜리는 씻지 말고 플라스틱 백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1주일 이상 보관하기 힘들어 먹을 만큼만 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생으로 먹으면 가스가 찰 수 있다. 이때는 살짝 데쳐 먹으면 해결된다. 브로콜리의 쓴맛이 싫은 사람은 소금으로 약간 간하거나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방법이다.

'과함은 모자람만 못한 것'은 브로콜리도 예외가 아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브로콜리에 든 고이트로젠이란 물질이 갑상선 기능을 낮춘다. 그러나 하루 한두 컵 먹는 것은 건강에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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