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아이 깨문 ‘몽유병’ 아빠…들킬까 두려워 방치해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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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에 있는 부산고등법원. 뉴스1

부산 연제구에 있는 부산고등법원. 뉴스1

몽유병 증세로 아이의 온몸을 깨문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생후 15개월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친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민정석 판사)는 31일 친부 A씨(25)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수면장애(몽유병)를 가진 A씨는 2019년 3월 경남 김해 자신의 집에서 생후 약 15개월이 된 아이의 목과 팔, 다리, 가슴, 배 등을 깨물어 피멍이 들게 했다. 잠에서 깨고 아이의 상처를 인지했지만 두려웠던 그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

그러다 9일 후 안방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자던 아이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머리뼈가 골절되는 등 더 심한 상처를 입었다. 이번에도 A씨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아이를 이틀 동안 방치했다.

이후 아이가 의식이 없자 뒤늦게 병원에 데려갔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아이의 몸에서는 급성 경막하출혈, 뇌부종 등이 발견됐다.

A씨는 아내와의 불화, 빈곤, 육아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과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버지로서 피해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양육할 의무가 있다”며 “원심이 선고한 형은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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