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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공수처 간 김학의 사건 "수사기관 혼선 산으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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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어느 수사기관이 수사할지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 공익신고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동일 사건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 수사 주체 혼선이 거듭되며 수사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에 대해선 기소 여부를 포함한 전속관할권을 주장하고 있어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계옥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 신고 관련 전원위원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권익위 전원위원회는 "'공수처법' 상 피신고자의 신분, 범죄혐의 등을 고려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뉴스1

박계옥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 신고 관련 전원위원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권익위 전원위원회는 "'공수처법' 상 피신고자의 신분, 범죄혐의 등을 고려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뉴스1

권익위, 공수처가 재이첩한 김학의 사건 다시 공수처로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권익위가 이첩하는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공익신고에 대한 수사 의뢰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아직 관련 서류를 받지 못했다”며 “정리해서 오늘 보낼 텐데, 분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권익위가 전날 수사 의뢰한 사건은 공익신고인이 지난 1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내용이다. 검찰은 별도로 지난해 12월 말 공익신고인이 야당인 국민의힘에 같은 내용으로 공익제보한 자료를 이첩받아 1월 13일 수원지검 형사3부에서 본격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이 가운데 지난 3일 이성윤 지검장과 2019년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 등 현직 검사 관련 사건은 공수처로 이첩했고, 공수처는 지난 12일 관련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했다. 그런데 권익위가 또다시 공수처에 동일 사건을 넘겨준 꼴이 됐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익위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과 공수처에 넘긴 사안이 똑같은지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조치에 대한 불법 여부를 수사한다는 면에서 사실상 같은 사안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권익위 수사 의뢰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는 것이다. 이 경우 권익위와 협의해야 한다. 권익위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 시행령 60조에 따라 수사 의뢰를 받은 기관은 원칙적으로 다른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없다”며 “다른 기관에 이첩하려면 공수처 수사가 왜 적절치 않은지 권익위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한 가지는 권익위의 수사 의뢰가 있는 만큼 검찰에 사건을 다시 공수처에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검사 선발 등 조직 구성이 막바지에 다른 만큼 검찰에 재이첩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논리를 댈 수 있다. 당시 공수처는 재이첩 이유로 “현실적으로 수사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꼽았다.

이 경우 검찰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김진욱 처장이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서도 남기지 않은 채 면담한 사실이 드러나며 ‘황제 조사’ 논란을 빚은 점도 공수처로선 부담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는 29일 비공개로 첫 회의를 열고 사건 이첩 등과 관련해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경기 과천정부청사 공수처 모습.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는 29일 비공개로 첫 회의를 열고 사건 이첩 등과 관련해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경기 과천정부청사 공수처 모습. 뉴스1

동일 사건 수사기관 잦은 변경에 수사는 산으로  

법조계에선 한 사안에 대한 잦은 수사기관 변경은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 간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공수처와 검경은 지난 29일 첫 회의를 갖고 사건 이첩 기준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는 검‧경에 이첩한 고위공직자 사건은 수사를 마친 뒤 공수처로 송치하도록 하는 사건·사무규칙 제정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김진욱 처장은 “사건·사무규칙 제정안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의견을 물었다”면서 “최대한 빨리 늦지 않게, 수사 시작 전까지는 제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검경이 이견을 낼 가능성이 있다. 실제 검찰은 공수처가 김학의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기소 여부를 공수처가 판단할 수 있도록 송치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김 전 차관 사건의 수사팀장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에 공수처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반발 가능성에 대해 김 처장은 “검토해 볼 것”이라고 조율 여지를 남겼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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