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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vs 마이크로소프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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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는 애플과 페이스북의 공개적인 싸움에 이어 이번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사이에 설전이 붙었다. MS 의장이 미 하원 청문회에 나와 구글을 겨냥해 “뉴스를 통해 이득을 보는 검색업체는 뉴스 미디어를 지원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구글 측 변호사가 “뻔뻔스러운 기회주의”라며 비난했다. 얼마 전 호주 의회가 거대 플랫폼이 뉴스 미디어에 보상해야 한다는 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MS는 미디어 편에 서서 구글을 공격했다.

구글이 이를 “기회주의”라 부른 것이 흥미롭다. 구글이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독점 문제로 공격을 받게 되자 불붙은 여론에 MS가 부채질하는 것을 비겁한 행동으로 보는 듯하다. 과거 반독점 혐의로 오래도록 고생하는 과정에서 2000년대 초 인터넷 산업의 붐에 올라타지 못한 MS가 구글이 사면초가에 놓이자 판을 흔들 기회를 잡으려 한다는 것. 이번에는 독점 혐의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MS로서는 잃을 게 없는 싸움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좀처럼 서로를 내놓고 공격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애플의 사용자정보보호 강화를 두고 페이스북이 공개적인 설전을 벌인 데 이어 MS와 구글도 웃통을 벗어던지고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이유는 미국 정부가 빅테크의 독점 문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제3자 쿠키를 광고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사용자정보를 보호하겠다는 등 의회 공격에 대비하는 동시에, 다른 기업의 약점이 보일 경우 적극적인 공격을 통해 반독점 재판이 끝난 후에 만들어질 새로운 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