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 잇단 미숙아 안락사 허용 판결

중앙일보

입력

불치병을 안고 태어나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해 연명해야 하는 미숙아를 얼마나 오래 치료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 영국 법원은 "유아에게도 위엄있게 생을 마감할 권리가 있다"며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해답을 내놓았다.

영국 지방법원(High Court) 가사심판부는 22일 희귀 유전질병인 에드워즈 신드롬을 앓고 있어 출생 이후 9개월째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가고 있는 남자 아이 루크 윈스턴 존스에게서 산소호흡기를 떼어 내도 좋다고 판결했다.

데임 엘리자베스 버틀러 슬로스 판사는 "더 이상 치료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의사들의 판단이라면 아이가 평화롭게 숨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루크는 지난 1월 30일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태어났으며 심장과 뇌에 기형을 초래하고 호흡장애를 가져오는 희귀 유전질병인 에드워즈 신드롬을 앓고 있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특히 루크는 심장에 2개의 구멍이 나 있어 생명유지장치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의사들은 더 이상의 치료는 아이를 더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며 치료를 포기할 것을 권고했으나 어머니인 존스는 "절대로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판결이 나온 뒤 어머니 존스는 "어떤 의사도, 어떤 판사도, 어떤 제3자도 루크의 생명이 싸울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으나 항소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영국 법원은 지난 8일에도 부모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 호흡기와 심장장애를 안고 태어난 여자 아이 샬럿 와이엇에게 안락사를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임신 26주만에 458g의 몸무게로 태어난 미숙아 와이엇은 생후 11개월째를 맞았으나 그동안 3번이나 호흡을 멈춰 그때마다 심폐소생술로 목숨을 이어왔다.

BBC 등 영국 언론은 법원의 잇단 판결로 미숙아에 대한 안락사 허용이 확고한 관행으로 자리를 잡게됐다고 논평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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