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스트레스로 간염악화 자료있어야 업무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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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특별11부(박국수 부장판사)는 17일 만성간염이 간경화로 악화돼 숨진 이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과로와 스트레스로 간염이 악화됐으니 업무상재해로 인정해달라"며 낸 유족급여등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재의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과로나 스트레스로 간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만성 B형간염은 자연경과로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되는 예가 흔하다"며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으려면 기존질환인 만성 B형간염이 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정상적인 경우보다 더 악화됐다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완전히 치유되지 못해 만성간염이 되고 다시 간경화증과 각종 합병증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특별히 과로했다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78년 11월부터 섬유회사에 취업해 원단 입출고 관리 및 노무관리 등을 맡아 40∼50명의 근로자들과 함께 하루 8시간 가량 일했으며 91년 1월 간염이 처음 발견된 이후 96년 간경화증으로 발전됐다 통원치료 중 98년 5월 숨졌다.

유족들은 이씨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쌓인 과로와 스트레스가 B형간염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다며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승소했으며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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