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보다 일찍 죽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남성은 여성보다 일찍 사망하는 운명을 갖고 세상에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abc 인터넷판은 19일 미시간 대학 연구진의 최근 연구.분석 결과를 인용, 초기 성년기인 20~24세 사이에 여성 1명에 남성 3명꼴로 사망하고 50세 이하를 기준으로 하면 여성 10명당 남성 16명꼴로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시간 대학 사회연구소의 사회 심리학자 대니얼 크루거 박사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남자는 거칠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초기 인류 역사에서 형성된 이런 성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포르쉐를 몰다 숨진 영화배우 제임스 딘과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그가 맡은 주인공의 행동 성향을 남성의 조기 사망을 유발하는 태생적인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의 사례로 들었다.

크루거 박사팀의 연구 결과는 전문지 '발달 심리학' 최근판에 소개됐다.

다음은 크루거 박사팀이 설명한 남성이 여성보다 일찍 사망하는 이유와 실제 사망률 비교 통계다.

▲ 경쟁.공격적 성향이 조기사망 원인

여성을 포함한 포유류의 암컷은 임신을 하면 자체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와 에너지를 소비하고 출산 후에도 2세를 보살피고 키우기 위해 엄청난 힘을 쏟는다.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어미는 2세를 돌보는 가장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컷은 2세 출산 과정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치른다. 또 가능한 한 많은 암컷과 섹스를 하려 하고 암컷을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성향을 지닌다.

이에따라 남성은 공격적이 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애쓰기보다는 사회적 위상을 차지하고 여성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행동들을 한다.

물론 요즘에는 많은 남성이 아이를 돌보는데 여성과 동등한 역할을 하는 등 상황이 변하긴 했다.

크루거는 박사는 그러나 서로 다투는 인류 초기의 남성 습성에서 유래된 행동 성향이 여전히 우리의 시스템 안에 남아 있어 남성의 수명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 20~24세 남녀 사망률 3배 차이

크루거 박사와 같은 대학 연구 동료인 랜돌프 네스 박사팀은 국가보건통계센터(NCHS),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통계자료를 인용, 미국인의 11개 주요 사망 원인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남녀의 사망률 차이는 특히 초기 성년기인 20~24세 사이에 최고조에 이르는데 남성 사망률이 여성의 3배에 달했다.

사망 원인별로 볼 때 자살, 살인, 기타 비(非) 자동차 사고, 자동차 사고 등의 사망률에서 남녀간 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보스턴 대학의 인류학자인 벤저민 캠벨 박사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갑자기 증가하는 10대 때 남녀 사망률 차이가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생각과 달리 초기 성년기에 격차가 가장 큰 것은 이 시기가 여성에 대한 경쟁과 직접 관련된 연령대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60대의 경우에도 남성 사망률이 여성의 1.68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의 사망 원인에 높은 자살률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남녀가 똑같은 비율로 자살을 해도 남성이 더욱 폭력적인 방법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이 육류 과식, 과도한 음주.흡연 등 건강관리 측면에서 더 위험한 생활습관을 지니긴 했지만 공격적.경쟁적 행동을 유발하는 테스토스테론이 여전히 면역체계의 약화에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고 크루거 박사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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