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살아 살아 침 한대 맞을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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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엔 휴가를 반납하고 비만 탈출을 시도해 볼까. 막상 이렇게 생각하지만 결정은 쉽지 않다.다이어트 방법이 너무 많아 선택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만은 남는 에너지의 축적. 따라서 열량 섭취를 줄이고, 활동량을 늘려주는 치료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편안하게 약이나 기구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방의 비만치료도 마찬가지다.

절식과 운동을 기본으로 약물이나 침.부황.경락요법 등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다. 한방이 좋은 것은 '의도적인 기아(饑餓)'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통과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한의학계에서 비만 치료를 시작한 지 20여년이 넘었다. 초창기 성인병 치료를 위한 절식요법이 1990년대 중반에 들어오면서 비만 치료로 선회한 것.

대한한방비만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경희대 한의대 신현대(한방재활의학과)교수와 2, 3대 회장을 역임한 기린한방병원 김길수 원장에게서 한방 살빼기의 원리와 방법을 들어본다.

◆ 비만의 종류를 알자
한방에선 비만을 체질별로 나눈다. 간(肝).비(脾).폐(肺).신(腎) 등 오장의 기허(氣虛)에 따라 증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장의 기운이 부족한 비허형은 몸이 무겁고, 잘 부으며 쉽게 지친다. 반면 신장이 쇠해 수액대사가 잘 되지 않는 양허형은 추위를 타고 손발이 차다. 또 지방질 음식을 좋아해 비만해진 식적(食積)형은 속이 더부룩하고 트림을 하는 등 소화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상체질별로 보면 태음인과 소양인에게서 비만이 많다. 이들 체질은 소화.흡수를 맡고 있는 간.비장의 기능이 강한 대신 에너지를 소모하는 심장.폐.신장의 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다른 체질보다 쉽게 살이 찌고 노력을 해도 축적된 지방은 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감량 부작용을 줄이자
갑작스러운 체중 감량에 따른 부작용은 다양하다. 빈혈과 탈모는 물론 피부가 거칠어지고 혈액순환 저하.골다공증.생리불순.변비가 따른다. 면역력 저하로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무기력.우울증도 나타난다. 한약은 이런 부작용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예컨대 가장 흔하게 쓰이는 숙지황.의이인(율무)은 식욕을 억제하면서 대소변 배출을 원활하게 한다. 또 녹각.독할.두충.구기자 등은 골다공증.관절통을 막아주고 당귀.천궁 등은 혈액순환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비만의 특징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는 것도 한방의 특징. 중풍체질이 있는 사람에게는 방풍통성산(황금.감초.길경 등), 체력 및 근력 저하에는 방기황기탕(황기.방기.창출 등), 더위를 몹시 타며 얼굴이 붉은 사람에겐 도핵승기탕(도인.계피.대황 등)이 처방된다.

◆ 보조요법을 활용하자
살을 빼려는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끊임없는 식욕의 유혹이다. 이때 귀에 5 ~ 7개의 이침을 시술하면 효과가 있다. 이침은 식욕 억제뿐 아니라 위의 활동을 약화시켜 소화를 늦추고 진정.이뇨작용도 한다. 1주에 2회 정도 시술을 받는다. 압정식 이침도 있다. 짧은 침을 놓고 테이프로 붙여놓은 뒤 가끔씩 손으로 눌러 자극한다. 온경락요법(溫經絡要法)은 기가 흐르고 머무는 경락과 경혈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이다. 기의 순환을 도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기초대사량을 높인다.

기공요법으로는 용유공(龍遊功)과 안복행법(安腹行法)이 권장된다. 용유공은 용의 헤엄치는 몸놀림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군살을 빼고 몸매를 아름답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안복행법은 누워서 배를 가볍게 비벼주는 행법. 배 전체를 20회 이상 시계방향으로 돌리면서 비빈다. 하복부 비만에 효과가 인정된다.

부분비만에 전기분해침도 널리 쓰인다. 비만이 심한 부위에 10㎝ 내외의 장침을 꽂고 미세전류를 한시간 정도 흘린다. 열에너지를 통해 지방을 분해하는 카테콜라민 분비를 유도한다.

◆ 근육운동을 병행하자
비만 치료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경희대 한방병원 신현대 교수팀은 체지방 30%, 체질량지수 25㎏/㎡ 이상의 비만자 20명에게 백복령.당귀.숙지황.오가피 등을 함유한 홍삼복합체를 하루 3회 2캡슐씩 4주간 투여했다. 그 결과 부작용은 거의 없으면서 뚜렷한 체중 감소효과가 나타났다. 약물이 교감신경에 작용해 열생산을 촉진,에너지 소모를 늘린다는 것.

기린한방병원은 체질량지수 35이상의 고도비만환자 11명(남 5명, 여 6명)에게 평균 79일 치료를 하고 몸무게.허리둘레의 변화와 복부지방을 CT로 촬영했다. 그 결과 체중은 여성 17㎏, 남성 33㎏이, 허리둘레는 여성이 11㎝, 남성이 21㎝ 줄었다. 특히 전체 지방 면적 감소율이 여성 26%에 비해 남성은 53%로 두배 이상 높았다. 근육 증가는 여성이 3%에 그친 반면 남성은 45%나 늘었다. 이 수치는 똑같은 조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근육 발달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게 돼 지방을 효율적으로 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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